국감 '속빈 강정' 평가는 오해
현재완료 아닌 진행형 인식필요


[뷰앤비전] 자원외교, 미래를 위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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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지난해 4월 볼리비아를 처음 방문했을 때가 떠오른다. 리튬 확보를 위해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35시간이나 걸려 날아간 그곳에서 약속됐던 시간과 장소를 몇 번이나 옮기며 기다렸지만 결국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확히 4개월 뒤, 이번에는 정부특사를 모시고 다시 볼리비아를 찾았다. 대통령 면담이 쉽게 성사됐다. 한국에 관심이 없다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면담을 마칠 때 "리튬 개발을 한국과 하고 싶다"며 손을 덥석 잡았다. 식민지배를 겪었던 동일한 역사와 한강의 기적을 강조한 특사의 말이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자원외교가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 정부 들어 26건의 자원외교를 펼쳤지만 계약을 체결한 것이 2건에 그쳤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자원외교는 현재진행형이며, 결과가 금방 금방 제품이 나오는 붕어빵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 간 양해각서(MOU)는 큰 틀에서 맺어지는데 상대국은 유망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우리는 사업성을 검토해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 개발하겠다는 식으로 진행된다. 자국의 지질자료는 중요한 재산권으로 여겨 아무에게나 공개하지 않으므로 이렇게 공식적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다.

제공받은 정보는 원점에서부터 재검토가 필요하다. 해당국의 탐사기술이 낙후돼 자료를 신뢰할 수 없거나 혹은 투자유치를 위해 그럴싸하게 포장했기 때문에 점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성을 검토하는 데는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지조사를 비롯해 꽤 긴 시간이 걸린다. 이번 정부에서 시작한 일이 다음 혹은 다다음 정부에서 실현될 수 있는 셈이니 MOU를 현재완료가 아닌 진행형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참여정부 5년과 현 정부 2년반의 실적을 비교해도 답이 보인다. 참여정부 때는 18건의 MOU가 있었고 이 중 3건이 투자계약을 맺고 8건이 추진 중이며, 7건은 종료됐다. 현 정부에는 26건의 MOU 중 2건이 투자계약을 맺고 17건이 추진 중이며, 7건이 마감됐다. 이렇듯 MOU는 당장 유망프로젝트를 따내겠다기보다는 유망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찾아나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체결된다. 그렇다면 자원외교를 현시점에서의 '영업실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볼리비아 리튬 외교도 아직 계약을 맺지 않았으니 실패로 봐야 하는가.


자원외교의 진짜 목적은 상대국과 관계맺기에 있다. 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그간 우리의 외교대상이 아니었다. 또 자원소유국들은 자국 내 자원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알짜배기 광구는 정부가 대부분 100%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 협상상대가 기업이 아니라 정부이므로 격을 맞추려면 우리도 정부 대표가 나설 수밖에 없다. 사업자 선정도 수의계약 형태를 주로 띤다. 한마디로 대형사업을 따내기 위해선 그 나라의 수장이 '오케이'하는 것이 제일 빠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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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을 체결했다 해도 진짜 현물을 가져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탐사부터 생산까지 자원 개발은 거의 10년이 소요되는 농사다. 10년의 시간 동안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기업들은 다양한 난제를 헤쳐가야 한다. 항구나 도로의 인프라는 물론 환경영향평가나 채굴 허가 등 모든 일에 해당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척박한 땅에 그냥 씨앗을 뿌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밭을 갈고 거름을 뿌려 기름진 땅을 만드는 것이 시작은 느릴지 몰라도 더 좋은 수확물을 얻을 수 있다. 여름에 과실이 덜 익었다고 농부를 타박할 것인가. 지금은 땅에 필요한 영양분을 듬뿍 주어야 한다. 자원빈국의 설움을 후대에까지 물려줄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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