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집착은 지나친 욕심일뿐
과학자 신뢰 초심으로 돌아가자


[사이언스포럼] 기초과학 투자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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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우리도 기초과학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노벨상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너무 옹색하다. 힘차게 약진하는 일본에 대한 부러움이나 아깝게 놓쳐버린 노벨상에 대한 아쉬움을 적극적으로 이용해보자는 얄팍한 의도가 드러나는 이런 주장으로는 기초과학 투자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기초과학에 투자를 해야 하는 진짜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줘야 한다.

기초과학이 필요한 이유는 명백하다. 이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도 진정한 선진국의 국격(國格)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선진국이 이룩해 놓은 기초과학 덕분에 가능해진 과학기술의 경제성에만 집착하는 부끄러운 졸부(猝富)의 행태를 고집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도 인류의 미래를 위해 다른 선진국과 함께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줘야만 한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고 의무다.


우리가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목표는 노벨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에게는 경제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적 목표였다. 과학기술계도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남의 기술을 흉내내는 일을 마다할 수 없었다.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창조적 기초과학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 우리에게 이제 와서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이 흠이 될 수는 없다.

노벨상에 대한 집착은 우리의 지나친 욕심일 뿐이다. 노벨상은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다. 그런 과학자들이 마음껏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준 국가에도 영광스러운 것이다. 노벨상은 우리 자신만의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우리 과학기술자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경제 성장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룩한 경제 성장도 노벨상만큼이나 소중하다. 우리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입장도 분명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 불합리하게 왜곡된 정량적 성과 평가에서 배운 잘못된 행태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황당하고 임의적인 분석으로 노벨상의 의미를 퇴색시켜서도 안 된다. 노벨상은 인용지수가 높은 논문을 발표하거나 수상을 목적으로 하는 전략적 국제화 노력에 힘쓴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벨상을 목표로 하는 의도적인 노력은 불필요한 낭비일 뿐이다. 국제화를 핑계로 선진국의 퇴직 과학자를 데려오고, 인용지수를 높이기 위해 얄팍한 술수를 부리고, 노벨상을 핑계로 과도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해서는 절대 노벨상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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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본격적인 기초과학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정치적 이유로 생긴 거품도 걷어내야 한다. 기초과학에서 '국제화'는 굳이 강조할 이유가 없고, 기초과학과 '비즈니스'의 융합도 거추장스러운 거품이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국토에서 '벨트'도 공연한 부스럼일 뿐이다. 오히려 기초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내걸었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무엇보다 과학자를 신뢰하고 모든 것을 맡긴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기초과학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 될 일이 절대 아니다. 허허벌판에 건물을 세우고, 외국인 과학자와 학생을 데려다 놓는다고 기초과학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기초과학이야말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워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백년지대계를 준비하는 신중한 자세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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