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통역 서툴어..중요한 것은 부주석의 취지, 정책기조, 방향 아닌가"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시 부주석이 만난 자리에 배석했던 정 전 장관은 이날 SBS라디오 '서두원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통역이 좀 서툴었고, 옛날에 중국어 공부를 했기 때문에 시 부주석의 얘기를 원어로 듣고 새겨보자는 차원에서 요지를 메모하고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때 시 부주석은 사전에 준비를 좀 해온 것 같았다"며 "특히 '남북한은 동포인데 화해, 협력을 해야지 이렇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절대로 동북아시아에 도움이 안 되지 않느냐'면서 '한국은 북한이 미국을 향해서 하고 있는 몇 가지 압박전술에 대해 흥분하고 분개할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대응이 아닌 인내심을 갖고 남북화해 협력을 다시 재개해 나가야만 난관을 극복하고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가 공개한 요록에 시 부주석의 그러한 발언이 없는 점에 대해선 "나도 옛날에 공무원 생활을 할 때 높은 분들이 면담하는 과정에 배석을 해 요록을 작성했지만 요록은 요록"이라며 "나중에 이런 단어 하나하나가 일파만파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돼 그걸 꼼꼼하게 적어놓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이 누락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그는 "당시 시 부주석이 한국의 대북 강경노선이 북핵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좀 유연하게 나올 수 없느냐. 남북관계를 복원해야만 6자회담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얘기를 작심하고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시 부주석 한 사람의 발언이라고 보지 말고 중국 정부의 발언이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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