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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44km 북한산의 가을 에둘러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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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둘레길 도심과 자연의 경계 느릿느릿 걷는 서울의 진산

정상으로 향하던 등산객들이 옆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그러자 새소리, 바람소리, 바스락 낙엽밟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북산산 둘레길 탐방객들이 9코스인 마실길을 걷고있다.

정상으로 향하던 등산객들이 옆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그러자 새소리, 바람소리, 바스락 낙엽밟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북산산 둘레길 탐방객들이 9코스인 마실길을 걷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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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바야흐로 걷기가 대유행이다. 제주 올레길을 시발로 지리산 둘레길, 변산 마실길 등 전국 곳곳이 '걷기' 열풍에 휩싸여 있다.

서울 도심에도 걷기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생겼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연 1000만명 이상의 등산객이 찾는 북한산에 '둘레길'이 열린것. 지난달 정식 개장한 후 한달이 지난 지금 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둘레길을 찾았다.
북한산 둘레길은 산허리를 따라 어슬렁 어슬렁 뒷짐지고 한 바퀴 도는 길이다. 콸콸 쏟아지는 계곡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금세 밭두렁길이 나오고 아파트 뒷길도 있다.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가 멀어지면 호젓한 숲길과 흙길, 나무계단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곧바로 자연과 하나가 된다.

북한산 둘레길은 13개 구간에 44km거리다. 우이동 우이령길에서 시작해 수유동~정릉~평창동~은평뉴타운~북한산성~경기도 양주 교현리를 거쳐 다시 우이령길로 이어진다.

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3시간 정도. 전문가가 아니라면 하루로는 무리다. 굳이 그렇게 걸을 필요도 없다. 구간별로 쪼개가며 일주일이나 한 달 간격으로 쉬엄쉬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디서 시작하든 누가 뭐라 할 사람 없다. 집에서 가까운 구간부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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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집(은평구)에서 가까운 둘레길을 찾았다. 지하철 3호선 불광역 1번출구를 나서자 '북한산 둘레길' 안내도가 나타났다.
둘레길 8코스인 구름정원길과 9코스 마실길, 그리고 10코스인 내시묘역길을 택했다. 총 10km 가까운 거리다.

불광동 주택가를 거슬러 올라가면 산 기슭에 나무로 된 계단과 다리가 놓여있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20여분 산길을 따라 걷자 둘레길 최고의 명소인 '스카이워크(하늘길)'가 나타났다. 구기터널 상단지역의 계곡을 60m가량 횡단하는 나무테크길이다.

하늘길 전망대에 섰다. 탁 트인 서울 도심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둘레길에는 전망대 9개와 벤치 등 쉼터 35군데가 마련돼 있다. 이 중 하늘길과 수유지구 빨래골 구간의 12m높이의 구름전망대의 경치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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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을 내려서자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진다. 중간 중간 쉬어가라고 의자도 여러 곳에 비치되어 있다. 호젓한 노송 옆에 비치한 의자는 분위기를 더한다.

걷는 길은 점점 부드러워진다. 조금 전 까지 마사토였지만 이제는 황토로 변했다. 맨발로 걸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는 그런 길이다.

구름정원길에는 역사적 인물과 문화 유적도 만나 볼 수 있다. 조선 세종대왕의 아홉 번째 아들인 화의군 묘가 있다. 품행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절의가 있었고 학문과 글씨에 조예가 깊어 일찍이 세종의 한글창제에도 깊이 관여했다고 전해지는 인물이다.

화의군묘를 지나면 구름정원길의 종착지인 하나고등학교에서 9코스 마실길이 시작된다. 마실길 진관사쪽은 아직 공사중이라 어수선하다. 하지만 경주정씨 54세조인 정충인공이 심었다는 느티나무 5그루가 울긋불긋 단풍을 한아름 안고 숲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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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교육대앞 도로와 함께 하는 마실길을 지나면 여기소마을경로당이다. 10코스 내시묘역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무리지어 있어도 남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 서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국내 최대의 내시묘역이 위치한 이 길은 군신의 예를 목숨처럼 여기며 왕을 그림자처럼 보좌하던 내시들의 역활과 삶을 재발견 할 수 있다.

법화사를 지나자 아기자기한 숲길은 오르락 내리락 가벼운 산책길과 다름없다. 아이를 안은 아빠, 엄마 손을 꼭 잡고 길을 나선 딸, 백발의 노부부 등 생전처음 느껴보는 듯한 둘레길의 아늑함에 푹 빠진 모습들이다.

얼굴에 땀방울이 맺힐 쯤(10코스 시작 30분 후)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북한산 정상 백운대를 공략하는 등산객들과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 켠에 마련된 먹자골목에는 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로 산행피로를 푸는 이들로 시끌벅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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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소를 지나면 내시묘역이 나오면서 10코스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부드러운 숲길을 지나 마을로 내려서면 효자길이다. 이길을 지나면 밤골과 사기막지킴터를 지나 13코스 우이령길로 이어진다.

둘레길에서 만난 이성건(49)씨는 "둘레길은 낮은 곳에서 올망졸망 서울을 조망하고 등산과 산책이란 새로운 묘미를 선사하는 것 같다."며"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의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쉬엄 쉬엄 걷는 길을 통해 사람들은 마음의 휴식과 행복감을 얻는것 같다"며 애찬론을 풀어낸다.

북한산=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우이령길 예약제=우이령길은 탐방예약을 해야 걸을 수 있다. 하루 1000명 제한. 예약은 15일전 오전 10시부터 하루 전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예약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사이에 들어갈 수 있다. 2시가 지나면 입장이 불가능하다. 예약은 인터넷(bukhan.knps.dr.kr)으로 한다. 65세이상 노령자나 외국인 등은 전화예약도 받는다. 우이탐방지원센터(02-998-8365), 교현탐방지원센터(031-855-6559). 북한산 둘레길 안내=02-900-8085

△주의할 점=아무리 낮고 에둘러 가는 길이라고 하지만 곳곳에 조심해야 할 난 코스 구간들이 있다. 그래서 등산화나 모자, 스틱 등 기본적인 등산 장비는 갖추고 걷는게 좋다. 또 둘레길은 개인밭이나 주택가 등을 거치기에 농작물 훼손이나 소란을 피우는 행동은 절대 삼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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