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신저]운용사 CEO의 '때 아닌 큰절'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지난 2년 간 우리자산운용은 고난의 시기를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장기투자 문화 정착에 앞장서 고객을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추석을 한 주 앞 둔 지난달 15일 서울 프라자호텔.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대표가 이 같은 부탁의 말과 함께 객석을 향해 큰 절을 했다.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회사 하반기 운용전략과 신상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다. 예정되지 않았던 이 같은 돌발 행동에 판매사 측 참석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음은 물론이다.
최근 우리자산운용의 의미있는 변화가 눈길을 끈다. 근 2년 만에 진행된 판매사 대상 상품 설명회 자리에서 큰 절을 감행(?)한 차 대표의 파격 행보 뿐 아니다. 자세를 낮춰 판매사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 같은 시도에 이어 내부 갈등을 극복하고 고객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발표한 '우리 자자손손 백년투자 증권 자투자신탁 제1호[주식]' 출시 이후 우리자산운용의 노력은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특히 우리은행과의 협력이 눈에 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소송에 휘말리면서 그간 우리은행과의 내부적인 갈등을 겪었던 게 사실. 그러나 최근 우리은행은 우리자산운용의 '자자손손' 펀드를 주력상품으로 내걸었을 뿐 아니라 오는 5일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직접 나서서 이 펀드에 가입하는 의미있는 행사까지 마련했다. 그간 다소 불편했던 관계를 정리하고 전폭적으로 지지, 협력하겠다는 의지표명인 셈이다.
'자자손손' 펀드에 대한 우리자산운용 직원들의 내부적인 기대와 자신감도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르다. 차 대표을 비롯한 우리자산운용 직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이 펀드에 가입했다. 일방적인 지시나 압력이 아닌 펀드에 대한 신뢰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금융위기 사태 이후 우리자산운용은 차 대표의 표현대로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맞물려 연이은 법적 소송과 내부적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근 2년여는 자산운용업계 전체에 힘든 시기였지만 우리자산운용은 그 골이 더욱 깊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 선 차 대표의 '큰 절'에 판매사 측은 "운용사 측의 변화와 개혁 의지를 느꼈으며, 최대한의 협력과 협조를 통해 동반성장해 나가자"고 화답했다고 한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운용 철학을 키워나간다면 고객들의 '화답' 역시 머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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