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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 영화같은 현실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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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통하는 사회 보여준 슈퍼스타K
나만의 재능 펼칠 공정기준은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란 연예인들 신변잡기에 불과하며 가치가 없다고 힘주어 말하던 터라 아이들 눈치가 보입니다. 아이들이 잠든 사이를 틈타 몰래 소리 죽여 보면서도 조마조마합니다. 네, 맞습니다. 요즘 자못 인기 폭발하는 가수발굴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참가자들의 인생이야기도 인상적이고, 그들이 매회 보여주는 노래실력은 저를 입 쩍 벌리고 감탄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를,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통해 실력 있는 사람이 결국 스타가 된다는, 너무도 단순하고 '공정한' 규칙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전문가들과 많은 대중들이 함께 참여하는 투명한 심사과정을 통해 바로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친구들이 스타로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살아 있다는 기쁨 말입니다.
티나 실리그가 쓴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전 세대의 틀에 스스로를 구겨 넣지 말고 스스로의 안에 있는 창의적인 역량을 끄집어내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라고 부추깁니다. 이 책의 부제는 '세상 속에 자기자리 만들기 속성과정(A crash course on making your place in the world)'입니다.

대학에서 같은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저로서는 구구절절 공감이 가고 마음이 뜨거워져서 학생들에게 침 튀기며 권해왔지만 번역판이 나왔을 때 판매성과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대기업취업이나 공무원시험처럼 기존 체제편입에 대한 선호도가 너무 높은 우리나라에서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라는 주장이 청년들의 마음에 공명하기는 좀 어려울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지난 6월 이후 이 책은 계속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꽤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라는 제목의 영화가 화제입니다. 사실 저도 개인적인 기대가 큽니다. 어 퓨 굿맨이나 웨스트윙을 썼던 아론 소킨이 대본을 썼고, 세븐과 파이트클럽을 감독했던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을 맡았으니 말입니다. 이 영화는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의 창업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마크 주커버그는 영화화될 만한 인물입니다. 1984년생이라는 어린 나이, 시장가치가 약 15조달러가량 되는 페이스북의 대주주로서의 엄청난 부, 하버드 여학생들의 미모에 대한 인기투표를 하다가 학교에서 퇴학당할 뻔한 악동경력을 더하면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가 파티에 빠진 악동으로 그려진 탓에 이 영화의 마케팅은 페이스북을 통해서가 아니라 경쟁사인 마이스페이스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은, 무엇보다도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데 있다고 평론가들은 분석합니다.

사람들은 꿈을 꿉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남다른 재능을 갈고 닦으면 어느 날 그 재능과 노력이 공정한 과정을 통해 인정받는 그런 행복한 꿈이지요. 우리 그런 꿈을 너무 이상적이라고 간단히 폄훼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세상 그렇게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티나 실리그는 부추깁니다. 세상의 뻔한 기준에 맞추지 말고 자신의 기준을 창의적으로 만들면 된다고요. '슈퍼스타K'는 매주 느끼게 합니다. 세상에는 공정한 과정이 분명히 있다고요. 그리고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생생히 보여줍니다. 그런 영화와 같은 일이 사실, 적어도 가끔은, 일어난다고요.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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