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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물 폭탄은 '떠넘기기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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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파스의 강풍에 이어 기습적인 '물 폭탄'이 수도권을 강타했다. 새로 단장한 광화문 광장이 온통 물 바다로 변하면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상청이 도마 위에 오르고, 이번 수해가 정부의 허술한 대책과 대응 때문에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원망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는 자연 재해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자세를 되돌아볼 때다.

논란이 되고 있는 침수 원인은 제쳐두더라도 침수 피해가 발생한 후 정부의 대응은 부실했다. 복구비용을 즉시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던 선심성 발표부터가 그랬다. 추석 연휴 중에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인지도 의심스럽고, 피해 상황도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세금을 퍼주겠다는 발상도 시대착오적인 것이었다. 결국 실효성과 형평성에 대한 불만만 터져 나왔다. 공연히 세금만 축내버린 셈이다.
기술적ㆍ재정적 검토할 틈도 없이 발표한 배수 시설 확장 계획도 부실했다. 이미 3년 전에 발표했지만 전혀 추진하지 않았던 확장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의 어설픈 대응이 침수 피해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는 원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해가 일어날 때마다 기상청과 배수시설 부족을 탓하면서 인재(人災)라고 우기는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판에 박힌 주장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면서 가로수를 뽑아버리고, 돌과 아스팔트로 덮어버려서 피해가 늘어났다는 토목 전문가의 주장은 도무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도심 가로수의 배수 기능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돌과 아스팔트를 걷어낸다고 침수 피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는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광화문 광장에 녹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배수 문제 때문은 아니다.

배수 시설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배수 시설을 무작정 확장할 수도 없다. 과연 우리가 100년 주기의 폭우에 대비한 배수 시설을 갖출 사회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그런 투자가 현명한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자칫하면 아까운 세금만 낭비해버릴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한정된 재원을 훨씬 더 유용한 시설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연재해에 대한 우리의 대응도 성숙해져야 한다. 10년 주기의 대비를 해왔던 우리에게 이번과 같은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공연히 기상청을 비난해서 동화 속의 양치기 소년을 만들고, 힘없는 실무자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차분하게 피해를 복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선 언론이 달라져야 한다. 곤파스가 접근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심야 특별방송을 태평스러운 다큐멘터리로 채우고,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도 태평스럽게 정규방송을 계속하는 것이 우리 재난 방송의 현실이다. 어쩌다 내보내는 속보도 구태의연하고 부실하기 그지없다.

과거 기록을 들먹이는 일도 그만둬야 한다. 이번 폭우가 102년만의 최악이라는 지적은 무의미한 것이다. 2002년에는 강릉에 하루 871mm가 쏟아졌고, 1998년에는 순천에 시간당 145mm가 쏟아졌다. 1984년 서울에 평균 268.2mm의 폭우가 쏟아졌던 것은 9월 1일이었다. 1959년 사라호가 찾아왔던 것도 9월 17일 새벽이었다. 9월 '하순'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제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책임 공방은 그만둬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분명히 재정립해야 한다. 자연은 결코 우리에게 너그럽기만 한 것이 아니며, 우리는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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