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추가 경기부양책 필요한가?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을 시사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경제 둔화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이례적인 경기 부양책이 미국 경제의 불안정성과 자산버블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버냉키 의장은 캔자스시티의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경제정책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에서 “미 경기 회복을 지속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비록 이례적인 수단이 되더라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버냉키 의장은 경기 부양을 위해 연준이 시행할 수 있는 세부 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국채와 같은 국가 자산을 좀 더 매입해 시장 금리를 좀 더 낮은 수준에 유지하는 것이 포함됐다. 또한 기준 금리를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제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과 지금 준비금에 대한 금리를 낮추는 것 역시 언급됐다.
▲ 연준 내 찬반 논쟁 = 29일(현지시간) 마켓위치는 이와 같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연준 내에서도 경기부양책에 대한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버냉키 의장을 비롯한 연준 내 일부 위원들은 더블딥을 피하기 위해 어떠한 수단이라도 강구할 태세지만 한편에서는 과도한 경기부양책을 꺼려하는 위원들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반대파들은 경기부양책에 필요한 비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버냉키 의장이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 시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극명한 대립은 연준이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사용해오던 금리 인하 조치를 시행할 수 없다는 데 기인한다. 기준금리는 이미 20개월 연속 제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연준은 경기부양을 위해 한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새로운 방안을 강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전문가들의 찬반 논쟁 =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경제가 악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연준이 시급히 경기부양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앨런 블린더 전(前) 연준 부의장은 “버냉키 의장이 연준 위원들을 결국 설득할 것”이라면서 “연준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연준의 경기부양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마틴 펠드스타인 경제학 교수는 “버냉키 의장이 밝힌 경기부양책은 어떠한 효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의 마이클 무사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추가부양책을 실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 엇갈린 미국 경제 전망 = 경기부양책에 대한 찬반 논쟁은 미국 경제에 대한 엇갈린 전망으로부터 기인한다. 경기부양책 반대론자들은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디플레이션 리스크 역시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무사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과 자동차 시장의 침체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면서 “두 시장의 침체로 인해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놓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또한 반대론자들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1~2%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고려할 때 미국 경제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경제 성장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 역시 “최근의 부진한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내년 경제 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은 여전히 존재 한다”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 역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정부 지출을 대신해 소비자 및 기업 지출이 미국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버냉키 의장의 이와 같은 견해가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키 레비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소프트 패치(경기가 상승 국면에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놓인 것은 맞지만 내년께나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리차드 베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3분기 경제성장률은 2%대, 4분기는 2.5%를 기록할 것”이라면서도 “경제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실업률은 여전히 고공행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펠트스타인 교수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올해 기껏해야 1~2% 성장할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는 상승 모멘텀을 대부분 상실했다”고 말했다.
▲ 규제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 = 경기부양책 반대론자들은 이례적인 경기부양책 외에 은행 규제 완화를 통한 자발적 대출 증대를 제안하고 있다.
블린더 전 연준 부의장은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기업 및 가계 대출 증대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펠트스타인 교수는 은행들이 조속히 부실 자산을 정부에게 매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실 자산을 매각한 은행들은 대신 정부로부터 자산 건전화를 위한 유예기간을 부여 받게 된다.
펠트스타인 교수는 “연준 혼자서 전세계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타 금융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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