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현금이 두둑한 미국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에 나서야 할지 아니면 자사주 매입, 배당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는데 현금을 사용해야 할지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굵직한 기업들이 M&A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 봇물이 터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팩셋(Factset)에 따르면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비금융권 기업들이 쌓아 놓은 현금 규모는 2조달러에 달한다. 기업들의 현금이 쌓여갈수록 주식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크다. 올해 견조한 기업 실적에도 불구하고 증시에서 별 재미를 못 본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 잔고를 이용해 주가 부양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는 S&P500 기업들의 현금 잔고가 현재 전체 자산의 11%에서 7% 정도로 정상 수준을 회복한다면 4280억달러라는 지출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것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부은 액수와 비슷한 규모다.
현재 기업의 막대한 현금 활용처는 자사주 매입이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점점 더 활발해 지고 있다. 톰슨 로이터는 자사주 매입 규모가지난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세 배로 늘어난 1427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기업들이 현금을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배당을 통한 주주 이익 환원이다. S&P500 기업의 3분의 1은 올해 배당을 늘렸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배당 규모를 축소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보다 127억달러를 더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최근 M&A도 활발한 모습이다. BHP빌리턴은 390억달러에 포타쉬 인수를 제안했고 인텔은 맥아피를 7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아직 기업 인수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비해서는 미약한 수준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더글라스 클리곳 스트래티지스트는 기업 대차대조표의 현금 잔고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늘리는데 더 많이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자사주 매입은 주당순이익을 끌어 올려 기업 주가를 부양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준다"며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자사주 매입은 주가 상승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을 늘리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인 대체 투자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기업의 활발한 배당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24개 종목의 배당 수익률을 예로 들며 배당률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채권에 투자하는 것 보다 놓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예로 든 기업들의 평균 배당 수익률은 4.2%로 2.5%를 조금 웃도는 10년물 국채 수익률과 비교할 때 좋았다.
투자자들이 배당률이 높은 기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알트리아그룹, 존슨앤존슨, 캘로그 등 올해 배당을 늘린 기업들은 지난 1분기에 S&P500지수가 하락한 상황에서 3% 가량 상승하며 선방했다.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을 투자에 인색하게 사용하면서 전략적 M&A나 고용 등으로 회사의 외형을 확장하기 보다는 주가 부양에만 신경을 쓴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경기 전반의 부양을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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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 마켓의 댄 쿡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국민 입장에서는 기업의 현금이 투자를 통한 외형 확장에 사용되기를 바라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차대조표 상에 더 많은 현금이 남아 있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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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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