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정부가 23일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2년간 공을 들여가며 유지해 오던 감세를 철회하고 증세로 돌아서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는 하반기 국정운영과제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일자리 확충과 민생안정을 위해 감세를 버린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국제금융위기 여파로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국가부채 813조원(GDP 76.5%)으로 늘어나 잠재적 채무가 454조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타나면서 재정건전성 제고차원에서 증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기업의 투자지원 같은 각종 세제혜택에 고용을 연계시키고 취약층에 대한 혜택을 연장 또는 확대한데다, 세무검증제도를 도입하거나 비과세ㆍ감면제도를 축소해 재정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어날 세수는 1조9000억원으로 전망되면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고용-친서민 두마리 토끼 잡는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제목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이다. 상반기 경제가 7.6% 성장했는데도 서민의 체감경기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데다 일자리 창출력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위한 세액공제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지속했던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도 폐지하는 대신에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는게 상싱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세제의 틀을 고용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조치인 셈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이 투자를 하기만 하면 그 금액에 따라 바로 세금을 깎아줬다. 때문에 삼성, 현대 등 투자 여력이 큰 대기업의 적지 않은 혜택을 받와왔지만 고용창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는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혜택이 미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으로는 투자금액과 상관없이 고용 증가에 비례해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게 된 것이다.
즉 고용 증가 없이는 투자세액공제 혜택도 없다는 뜻이다.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의 혜택을 받는 소기업을 판단할 때도 인원 기준을 폐지하고 매출액 기준만 적용하기로 한 것이나, 고용유발 효과가 큰 업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도 친고용 세제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친서민 기조의 사례로는 일용근로자의 원천징수세율 인하나 농어민과 장애인 대한 부가가치세 부담 경감 방안, 음식업자에 대한 부가세 의제매입세액공제 우대제도의 일몰 연장 등이 꼽힌다.
최근 화두로 부상한 대-중소기업 상생을 돕기 위해 상생보증펀드 출연금에 대해세액공제제도를 신설한 것도 주목된다. 다자녀 추가공제 폭을 두배로 확대하는 것은 저출산에 대비해 출산을 독려하기 위한 고육책인 것으로 평가된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개편에 따른 세부담 귀착효과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전체의 90.2%인 1조3000억원, 중소기업과 서민·중산층에 9.8%인 1400억원으로 각각 추정된다"고 밝혔다.
◆재전건전성 강화 위해 일몰 비과세·감면제 38% 폐지·축소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용역 결과 우리나라의 잠재적인 국가부채규모는 454조원을 넘어섰다.
공식적인 국가부채 359조원을 합하면 포괄적 국가부채 규모가 800조원을 돌파해 GDP(국내총생산, 1063조원)의 70%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재정건선성 회복이 하반기 이후 최대 중점 과제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에서 재정 건전성 회복을 돕기 위한 비과세·감면제도의 대폭축소를 단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지난해 이어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2년차인 올해 개편안에서 정부는 연말 일몰되는 50개 제도 가운데 16개를 없애고 3개를 축소키로 했다. 폐지·축소율이 38%다. 지난해 개편안에서 87개 가운데 22개를 폐지하고 6건을 축소해 32%였던 것보다는 높다.
하지만 폐지.축소율로는 지난해 보다 높지만 축소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 서민 관련 제도 상당수 연장해줬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제도나 국내 유턴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등 신설 제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기업일각에선 해외 시장 개척, 원가 절감 등의 이유로 해외 투자는 대세인 시점에서 국내 유턴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은 적지않은 괴리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에 보탬을 주기 위한 새로운 제도도 눈에 띈다.
의사, 변호사 등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업종 사업자가 연간 수입이 5억원 이상이면 소득세를 신고할 때 세무사나 회계사로부터 정확성을 검증받도록 한 세무검증제도가 실시된다.
지난해 도입에 실패했던 미용 성형수술과 수의사의 애완동물 진료용역, 성인대상 자동차학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도입안을 다시 꺼내든 것도 새로운 세원을 찾아내기 위한 고육책이라 평가된다.
한편, 이번 개편에 따른 세수 증가분은 1조9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의 세수효과 10조5천억원에 비해 크게 적다.
하지만 지난해 2009~13년 국세수입 전망을 통해 예측한 내년 국세수입인 182조1000억원을 달성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하고 있는데다 내년 성장률도 5% 안팎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실제 성장률이 1%포인트 오를 때 세수는 1조5000억~2조원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고스란히 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폐지 여부가 관심이다. 지난해에도 폐지를 공언했다가 대기업과 경제단체의 반발로 국회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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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에 개편안을 못 낸 종합부동산세의 처리방향도 여전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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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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