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미국의 대이란 제재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대원칙-실행'으로 이원화돼 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란 제재를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이행한다는 '대원칙'은 지키되, 멜라트은행 제재 등 미국의 추가 요구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기업이나 금융권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동맹 관계가 최고조에 이른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도 힘들지만, 우리나라의 중동지역 최대 수출시장 중 한 곳인 이란을 미국 국내법으로 실행하는 제재 요구 때문에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5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이란은 중동국가 중 세 번째 규모의 교역국가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이란 교역 규모는 97억3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동 전체 교역 규모의 약 11.4%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보다 8.1% 감소한 39억9200만달러, 수입은 30.1% 급감한 57억4600만 달러였다.
수출 감소는 2008년 8억5000만달러 규모였던 선박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인데, 선박을 제외하면 오히려 수출은 전년보다 14% 증가했다.
또 수도 테헤란은 철강ㆍ화학제품 등의 거래가 활발한 중동의 거점시장으로 두바이와 함께 주요 종합상사들의 지사가 모여 있으며 삼성물산ㆍLG상사ㆍSK네트웍스ㆍGS건설ㆍ두산중공업 등 대기업만 무려 18곳이 진출해 있다.
원유ㆍ가스 개발과 연계한 화학 및 건설 프로젝트도 지속적으로 발주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지역 전체 활동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설립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거래를 중지할 경우 이란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란 핵 프로그램의 '자금줄'로 알려진 멜라트은행 해외지점은 서울을 포함해 중동 2곳 등 모두 3곳뿐이다.
중동의 경우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 서울지점의 거래를 중지시킬 경우 이란의 아시아 자금줄을 끊게 되는 것으로 상당한 반발이 우려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따라 "이란에 대한 제재는 핵문제 때문"이라며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도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하는 거다. 핵문제가 국제사회 규범에 어긋나니까 제재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안보리 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핵비확산 노력ㆍ조치에는 적극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포괄적 제재 조치(멜라트은행 거래 중지)는 세부적으로 검토해 최대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없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미국과의 관계도 유지하고 기업 피해도 최소화 하도록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기업과 금융기관 차원에서의 자발적 제재 참여만으로도 충분한 대이란 제재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음을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하고, 대신 공개적인 정부 주도 제재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한국은 유엔의 이란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왔다. 멜라트은행 거래 중단 문제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해 취하는 조치들"이라면서 "우리 은행들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서 미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이승국 기자 inklee@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