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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속으로' 이재한 감독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만들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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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영화를 만들고 나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기뻤던 적도 있고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성숙해질 수 있었던 배움의 과정이었습니다. 저 자신을 발견하고 확인하는 과정이었지요."

이재한 감독이 영화 '포화속으로'를 마친 소회를 밝혔다. '포화속으로'의 300만 돌파를 앞두고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이재한 감독은 "흥행은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라며 초연한 미소를 내비쳤다.
◆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만들었다"

배우 못지않게 짙은 선의 외모를 지닌 이재한 감독은 무척 조용한 목소리에 침착한 톤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나 '사요나라 이츠카'의 서정성을 고스란히 닮았다. '포화속으로'의 정적인 측면도 자연스레 연상된다.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작가는 이야기만 다르지 같은 말을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인생의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게 아닐까요. 인간으로서 마음 속으로 갈망하는 가치 있는 것, 고귀한 것이 무엇일까. '포화속으로'에서는 아마도 어린 친구들의 희생이겠지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만들었습니다."
멜로영화 전문 감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재한 감독은 언젠가 꼭 전쟁영화를 찍고 싶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지옥의 묵시록' '플래툰' '라이언 일병 구하기' '블랙 호크 다운' 등 좋아하는 전쟁영화의 목록이 이어진다.

"한국전쟁이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걸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느꼈으면 했습니다. 이념이라는 강박 없이 어떤 이념도 옹호하지 않는 입장에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습니다. 한국전쟁이라는 소재 안에 고차원적인 비극이 담겨있습니다. 적인데 적이 아닌 전쟁, 그게 굉장히 슬픈 거죠. 제가 역사학자와 견줄 만큼 지식은 없지만 이 영화를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것 같습니다."


◆ "촬영 7개월 만에 개봉, 기적적인 일정"

이재한 감독이 '포화속으로' 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은 지난해 8월께. 시나리오를 새로 쓰고 개봉하기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 11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로는 이례적인 제작 일정이었다.

"제작사 대표님의 제안에 마침 전쟁영화를 예전부터 하고 싶었고 그게 맞아떨어져서 하게 됐습니다. 정말 힘든 일정이었는데 기적적으로 이뤄진 것 같습니다. 6월 25일에 맞춰 개봉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작업했죠. 뮤직비디오나 CF를 촬영하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했던 경험이 많아서 도움이 됐어요. 여러 팀으로 촬영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죠."

촬영은 지난해 12월부터 4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유난히 겨울이 길었던 탓에 야외 촬영도 어려움이 많았다. 오래된 총을 쓰다 보니 고장도 잦았고, 장갑차와 트럭의 배터리가 방전되는 경우도 흔했지만 그는 "날씨는 정말 추웠어도 하늘과 광선은 참 좋았다"고 회상했다.

'포화속으로'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 비극적인 내용과 달리 영상미를 강조한 감각적인 장면들이 많은 영화다. 전쟁의 비참한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부 지적에 이재한 감독은 "이 영화는 허구"라며 "허구 속의 진실을 담아내는 방법은 다양하고 영상미를 부각시키는 것은 내가 선택한 방식"이라고 답했다.

◆ "'첩혈쌍웅' 리메이크로 할리우드 진출"

'포화속으로'는 300만 관객을 모으며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이재한 감독은 "언론매체 리뷰나 기사는 잘 안 본다"면서 "나중에 시간이 좀 흐르고 난 뒤 열정과 흥분이 좀 가라앉았을 때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쭉 자라왔을 만큼 이재한 감독은 코스모폴리탄다운 면모를 풍겼다. 한국과 일본, 태국의 영화 인력들이 모여 만든 '사요나라 이츠카'에 이어 그는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을 리메이크하는 '킬러(The Killer)'를 연출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에서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촬영은 내년 초쯤 시작할 예정이고요. 할리우드 배우들이 주로 출연할 것이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할 수도 있는데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제 할리우드 진출 데뷔작인 셈이죠. 원작과 다른 저만의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
사진 한윤종 기자 hyj0709@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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