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자유분방'…색바랜 청바지·니트
빌 게이츠 '도전정신'… 옥스포드 셔츠
거스너 '개혁의지'…블루셔츠로 대변
"스타일이야말로 조금 신경 쓰면 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것에 앞선 '영혼'입니다." 세계적인 IT업체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우리들은 일상 속에서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흔히 쓴다. 통상 특정한 방식이나 기법 혹은 겉모습을 단순 표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영어사전에서 'style'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그 자체로 우아한(elegant) 삶이나 한 사람의 전체적인 특성을 말하는 캐릭터(character), 심지어 모든 비즈니스맨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마음자세(attitude)까지도 표현하는 중요한 개념이란 걸 알 수 있다.
즉 우리들이 '겉모습이 뭐가 중요한가'라는 기계적인 이분법적 정서라면 서양문화에서는 사람의 내·외면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고 결국 하나라는, 그래서 사람의 내면과 생각, 철학이 자연스레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스타일로 본다.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탁월한 안목을 가진 경영자이자 무서운 집념을 가진 크리에이터인 동시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엔터테이너의 자질을 가진 스티브 잡스는 새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항상 색이 바랜 청바지와 검은색 터틀넥 니트, 그리고 가벼운 스니커즈를 매치한다.
이미 잡스만의 아이콘과도 같은 이 유명한 룩이 애플이 지향하는 가치를 상징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어떤 규제도 없는 자유로운 캐주얼만이 창의적인 문화를 담보할 것으로 속단하는 건 무리다. 전통적인 대기업 CEO와는 달라 보이는 이 옷차림은 잡스와 그의 분신인 애플이 기성 기업의 전통적인 특성, 이를테면 과거 데이터만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리스크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보다는 오직 검증된 경험만으로 대처하려는 문화에 그다지 개의치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아울러 결국엔 자신을 포함해 사업에 관련된 모든 디테일을 절대 놓치지 않는 그의 놀랍고 치밀한 전략의 일환이다.
◆CEO의 복장 경영
잡스와 종종 비교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있다. 그는 80년대 초반까지 얼굴의 반을 덮을듯한 수수한 검은 플라스틱 안경과 차분한 옥스포드 셔츠를 주로 입었다. 비즈니스 성과에 비해 옷차림에 관심을 그다지 두지 않는 편이었다.
90년대까지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실상 시장을 거의 독주하던 시대였으므로 계속 높은 버전이 출시되는 윈도우에 대한 관심과 엄청난 시가 총액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빌 게이츠는 바빴을지도 모른다. 이런 빌 게이츠도 90년대 중반 결혼 이후 품위있는 클래식 정장이나 따뜻한 느낌을 주는 캐시미어 니트를 입는 등 CEO로서의 이미지 변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CEO가 자신의 옷차림을 통해 직설적으로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이슈가 되는 사례도 있다. 쓰러져가던 코끼리라는 별명의 IBM을 재생시킨 루 거스너 전 회장은 CEO 취임 직후부터 블루 셔츠를 즐겨 입으면서 화이트칼라로 대표되는 관료조직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미국 최대이자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GE를 최강의 기업으로 발돋움시킨 잭 웰치 전(前) 회장은 재임시 출중한 경영능력을 보여준 동시에 우아하고 품위 있는 클래식 복식으로 유명했다.
CEO를 비롯한 경영자들은 사사로운 '개인'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경영자에게서 경영의 긍정적 환경을 개척하고 위기를 주도적으로 돌파하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한 조직이 어떤 가치와 문화로 형성됐는지를 확인하는 확실한 지침 또한 결국 경영자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그들은 한 기업의 수익과 성장을 책임지는 '공인'이면서 동시에 회사의 현재 문화와 미래비전을 종합적으로 상징하는 강력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리더의 존재감
결국 경영자가 입는 옷은 매일 아침 세탁의 여부에 따라 임의로 선택하는 사소한 장치가 아니다. 개인의 처지를 넘어 회사를 대표하며 당대의 흐름과 세계의 파트너들을 만나는 게 바로 비즈니스 리더다. 그들은 그저 비싼 브랜드가 아니라 정말 품질이 좋은 옷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갖춰 입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요컨대 비즈니스 리더들의 옷차림은 개성의 표현이기 이전에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한 철저한 전략이다. 많은 외국 잡지에 등장하는 멋진 CEO의 모습이 본원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교육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일찍이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다. "먹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되 입는 것은 남을 위해서 입어야 한다."
<도움말:제일모직 란스미어 팀장 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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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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