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정규 기자]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영업정치 처분을 받은 전북 전일상호저축은행의 서민 예금자들이 평생 모은 돈을 날릴 위기에 처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만 있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일이었다.


전일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31일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1.13%로 지도기준(5%)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6개월간 만기도래 어음과 대출의 만기연장 등을 제외한 영업과 임원의 직무집행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자체 경영정상화 시한을 넘기면서 파산이 불가피한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예금자 6만8000여 명 중 5000만원 이상 예금한 3573명은 526억원의 돈을 돌려받지 못할 형편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교육수준이 낮아 예금자보호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 예금 5000만원까지만 보호, 후순위채는 한 푼도 못 받아
예금자보호법은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을 위해 제정된 법률로서 금융회사가 파산 등의 사유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예금보호공사가 1인당 5000만원 까지 대신 돌려주는 제도다.

피해자들은 전일은행측이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평생 모은 돈을 날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예금보호 한도에 맞춰 여러 저축은행에 돈을 나눠 맡겼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터였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예금유치에 바쁜 금융회사들은 예금보호 한도를 고객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예금자들은 그나마 5000만원까지 보호 받을 수 있지만, 후순위채를 산 이들은 한 푼도 못 건질 형편이다. 후순위채는 금리가 높은 대신 파산하면 상환 순위가 뒤로 밀리는 채권이다. 피해자들은 전일은행이 후순위채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183명에게 162억원어치를 팔았다고 비난했다.


◆ 금융위·예보 ‘개산지급금’ 못 내준다
5000만원 초과 예금액에 대해선 예보가 파산 금융기관으로 부동산, 유가증권 등 각종 재산을 이양 받아 파산재단을 설립한 뒤 그 배당금을 매년 주도록 돼 있다.


이 경우 채권자회의를 열 때마다 모든 5000만원 초과 예금자를 모아야 하는 불편이 있고 예금자 등 채권자들도 수년간에 걸친 배당금 수령에 따라 자금이 묶이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예보는 ‘개산지급금’을 통해 수년간의 배당금을 미리 산정해 한 번에 지급하고 사후정산을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예금 등 채권자 권익과 예보의 공적자금회수 극대화를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현재 예금자보호법 제35조의 2∼4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호공사가 개산지급금을 돌려주지 않을 방침이어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보 관계자에 따르면 예보가 개산지급금 제도를 시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 법률상 ‘해야 한다’가 아니고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예보법 제35조 2의 1항에 “보험사고와 관련된 예금 등 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고 쓰여 있고 2항에 “1항의 규정에 의해 개산지급금을 예금자 등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1항이 ‘해야 한다’가 아니고, ‘할 수 있다’로 돼 있어 1항 규정에 따라 이하 법률의 효과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게 예보의 설명이다.


예보는 또 “개산지급금을 지급할 경우 금융위원회 승인도 필요한 만큼 예보가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금융회사가 예금을 유치할 때 예금보호 한도가 원리금을 포함해 5000만원까지라는 사실을 고객에게 설명하고, 각종 홍보물이나 통장 첫 면에도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예금자 보호방안을 뒤늦게 마련하고 3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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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에는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전일저축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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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규 기자 k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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