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수요부진 '이중고'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세계최대 조선업체 머스크가 보유하고 있는 화물선 머스크 버몬트(Maersk Beaumont). 시간 당 30노트(55kph)를 달리는 이 선박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함선으로, 머스크가 중국산 제품을 미국으로 신속하게 실어나르기 위해 만들었다.
빠른만큼 연료 소비량도 많아 이 선박의 연료 사용은 일반 화물의 3배를 운반하는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 선박과 맞먹는다. 전문가들은 이 선박의 가격이 한 척당 최소 5000만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료 가격 상승세와 수요감소로 이 값비싼 배들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고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고유가와 수요감소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FT에 따르면 머스크 사는 지난 7월 버몬트와 다른 4척의 선박을 스코틀랜드 클라이드 강 어귀에서 로치 스트리븐 지역으로 인양했다. 다른 머스크 배 한 척도 뒤따라 운반됐고, 연이어 B클래스 배들도 태국 등지로 넘어갔다.
이같은 사례는 53년래 최악이라는 선박업계 불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소재 컨설팅업체 AXA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전세계 컨테이너 선박 가운데 10.1%가 수요 부족으로 방치된 상태다. 작년 컨테이너 선박에 대한 수요가 10% 감소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 가운데에서도 버몬트 B클래스 선박들의 운명은 선박업체들이 처한 어려움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선박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 4년째에 불과하지만 이제 계약을 따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비극은 선박 뿐 아니라 선원들에게도 닥쳐왔다. 로치 스트리븐으로 인양된 6척의 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은 불과 10명. 선박을 운항할 때 필요한 인력 120명에 비하면 10%도 안되는 규모다.
이들 선박들은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지속됐던 컨테이너 업계 호황기에 건조됐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동시에 세계 무역은 급성장했고, 선박업체들은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투자를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무역에 타격이 가해지면서 대부분의 선박 업체들은 수요 부진으로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된 것. 엎친데 덮친격으로 연료 비용 또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현재 선박용 연료인 벙커유의 가격은 톤당 450달러로 2004년 200달러에서 두 배 이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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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컨테이너 사업부의 토니 그리너 기술 담당 매니저는 "우리는 느린 속도의 선박들이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즉 운항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쪽을 택하게 된 것. 머스크 측은 B클래스 선박들을 개조해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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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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