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여장부' 박미란 기자실장의 30년 외길 인생

[아시아경제 강정규 기자]기획재정부의 기자실장인 박미란(53·여)씨. 정식 직함은 기획재정부 행정지원실장, 직급은 5급 사무관이다. 1977년 당시 경제기획원 기자실에서 기능직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가 최근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기자실장이 사무관으로 승진한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기자실 살림을 돌보느라 빠듯한 시간을 쪼개 공부에 쏟은 결과라고는 하지만,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업무추진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는 게 주변사람들의 전언이다.


기자실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정책 및 시사에 대한 지식과 감각은 물론 인맥 관리와 음주가무에도 능해야 한다. 특히 한 성격하는 기자들을 매일같이 상대하려면 어지간히 대가 세야 한다. 그 역시 30년 넘게 기자들과 부대끼며 여장부가 다 됐다. 이제는 그에게 오히려 '당했다'는 기자들이 늘어 간다. 엠바고부터 사소한 에티켓까지 기자실의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는 행동에는 반드시 불호령이 떨어진다. 또 재정부 기자실이 노동부 기자실과 사실상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부처 출입기자들이 함부로 영역을 넘어왔다간 여러 기자들 앞에서 면박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의 이같은 권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30여년 동안 한솥밥 먹던 기자들이 이제는 각 언론사의 편집국장과 정치경제부장을 맡고 있는 데다 재정부 기자실의 쾌적한 공간 및 보도자료 배부 체계 모두 그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재정부 기자실의 모 기자는 "강자 앞에 당당하고 약자에게 져주는 게 기자의 이상이지만 현실은 그 반대"라며 "박 실장 앞에서는 그냥 꼬리를 내리는 게 속 편하다"는 의미심장한 농을 던진다.


170cm에 가까운 큰 키에 시원스런 외모를 가진 그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알아주는 운동선수다. 등산부터 시작해 암벽등반·스키·수상스키·스킨스쿠버 다이빙·견지낚시 등 종류도 갖가지다. 운동은 그녀의 즐거움이자 인맥관리 수단이고 여걸로서의 풍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사회생활에 바쁜 그는 결혼할 시간도 없었다. 내로라하는 장차관급 고위공무원을 상대해 온 여장부에게 보통 남자들은 성에도 차지 않을 만도 하다. 초창기 26명에 불과했던 기자실은 200명이 넘는 기자가 등록돼 있을 만큼 커졌고, 남덕우 전 경제기획원 부총리부터 지금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30명이 넘는 장관이 그를 거쳐갔다. 해를 거듭할수록 쌓이는 명함은 늘었고, 강산도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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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실장은 "30년을 같은 자리에서 일했지만 항상 변화하는 사안과 사람들 속에서 생동감을 느끼며 일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5급 사무관이 되지만, 개성 넘치는 기자들과 함께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는 그는 재정부 기자실의 영락없는 터줏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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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규 기자 k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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