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리스를 부도나게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독일 등이 지원에 나선다는 약속만 한다면 그리스 문제 정도는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다.
2차대전까지 으르렁 거리고 앙숙같이 지내던 유럽국가를 한데 묶는 것은 당시의 환상에 불과했던 것이라는 결론이 이미 내려진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암튼 EU 결성을 유지하고자 지원이 시작되면 같이 살고 같이 죽자는 공생공사의 기치를 내거는 것이 된다.
과연 같이 공생할 수 있을까. 문제가 풀리지 않는데 生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민망하다면 死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일이다.
말하자면 같이 죽자는 데 기뻐하는 건데 감정을 떠나 현실을 보면 미국에 유리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렇듯 국제질서는 같이 잘해보자는 게 아니라 같이 망하자는 쪽으로 항로를 바꾸고 있다.
왜냐면 닷컴버블, 서브프라임버블이 터지고 난 뒤 더 이상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잘 나갈 때는 Beauty Contest를 해서 1등하고 싶었는데 이젠 Ugly Contest를 열어서 1등을 없애고 죽이는 쪽이 내가 사는 길이라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볼 수 있는 일이다.
共生문화는 부드럽지만 共死문화는 처절하다. 아직 우리는 처절함의 처음을 맛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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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문 자본시장부장 j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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