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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富는 함께 나누는 따뜻한 밥' 온몸으로 실천한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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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100년-미래경영3.0]창업주DNA서 찾는다
<2>현대그룹 아산 정주영④

"기업은 사회의 것" 사회공헌 평생 신념
1977년 아산재단 설립 의료복지 등 앞장
'못배운 恨' 장학사업 통해 든든한 지원


[아시아경제 손현진 기자]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햇수로 10년째지만 아직까지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계는 물론 문화, 교육, 사회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는 그가 '현대'라는 굴지의 그룹을 이끈 총수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돈은 이렇게 버는 거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쓰는 거다'를 몸소 보여준 최초의 경제인이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에게 사회공헌이란 단순히 부(富)를 사회에 되돌려준다는 것 그 이상이었다. "옛날 쌀가게를 했을 무렵까지는 그것이 내 개인의 재산이었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기업인이라면 사회공헌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해야한다는 소명 의식을 갖고 있었다.

아산재단을 설립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975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시류에 맞춰 정부에서 기업 공개 대상 105개사를 선정했다. 현대건설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은 끝까지 현대건설의 기업 공개를 거부했다.

"주식을 공개하면 주식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있고 그보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그보다는 현대건설이 좀 더 이윤을 남겨서 벽지 농어민의 복지에 기여토록 하는 것이 양심적이고 실리적이다"라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정 회장은 현대건설 창립 30주년을 맞아 회사 주식 50%와 500억 원으로 아산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기업주가 세운 최초의 복지재단이었기에 아산재단은 출발부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재단 설립 당시 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사람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병고와 가난이다. 그 두 가지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병치레 때문에 가난해지고 가난하기 때문에 제대로 병을 치료하지 못해 병이 깊어진다. 현대는 그 동안 건강하고 유능한 수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성장해 왔다. 현대의 재산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는 것이 나의 오랜 소망이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재단은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의료사업, 사회복지 지원 사업, 학술연구 지원 사업, 장학사업 등을 실시했다. 설립 두 달 만에 전라북도 정읍에 이어 전남 보성, 강원도 인제, 충남 보령, 경북 영덕 등 다섯 곳에 종합병원을 설립했다. 덕분에 당시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80%가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조차 없었던 농어촌 주민들에게도 의료 혜택의 기회가 돌아갔다.

이처럼 그는 아산재단을 통해 벽지 농어민에게 현대 의학의 혜택을 줌으로써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인력자원 발전과 고용 증대를 꾀했다. 아울러 지역 의사들과 협력해 의료 수준을 높이고 지역민에게 위생 교육을 시켜 질병을 예방해 보탬이 되려고 했다.

정 회장도 아산재단의 행사라면 대부분 참석했으며 명절에는 사회복지시설 어린이들과 종사자들을 초청해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보인 또 다른 분야는 바로 '교육'이다. 소학교를 졸업한 게 전부인 그는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1969년 출범한 한국지역사회학교후원회의 초대 회장을 맡아 1994년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지역사회학교운동에 처음 참여한 학교는 서울 가회동의 재동초등학교였다. 후원회가 설립되고 두 달 뒤인 1969년 3월, 재동초등학교가 학교 문을 열었고 이어 혜화ㆍ갈현 지역사회학교가 교실을 개방해 주민을 위한 취미교실, 어린이들의 방과 후 활동 등이 시작됐다.

1973년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울산에서 지역사회학교를 발족시킨 뒤 지역사회학교운동은 전국 각지로 확산됐다. 지방에서 후원회 활동을 위한 세미나가 열리거나, 회원들의 전국총회가 개최되면 설립자는 그 바쁜 와중에도 언제나 참석해 특강을 하거나 격려해 주었다.

오재경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전(前) 이사장은 정 회장을 추모하는 글에서 "정 회장은 후원회가 발족하자 광화문 현대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주고 한 달이면 너댓번씩 불쑥 찾아와 후원회 활동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소박하지만 맛있는 점심식사를 사주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또 정 회장은 월말이면 일부러 오 전 이사장을 찾아와 '월급'이라며 돈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줬다고 한다. 그리고 부담스럽다고 거절하는 그에게 "친형이 주는 용돈으로 받고, 좋은 일에 쓰라"고 설득해 봉투를 쥐어줬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 전 이사장은 "우리 현대사에서 경제 분야만이 아니라 사회, 교육 부문에까지 이렇게 크게 기여한 인물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정 회장은 단순한 경제인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립한 '우리의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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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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