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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글로벌 현대' 밑천은 人材...늘 앞장선 일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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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00년-미래경영3.0] 창업주DNA서 찾는다
<2>현대그룹 아산 정주영③

돈 결제 어떻게 다해, 사람보고 하는거지!
기업의 핵심은 사람...신용·실천의 경영
불가능 답변에 "해봤어?" 도전정신 강조
[아시아경제 손현진 기자]맨손에서 시작한 현대그룹이 중소기업을 거쳐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밑천은 '인재'였다. 사람이야말로 기업은 물론 국가 발전을 위한 핵심자원이라는 고 정주영 회장의 신념은 평생 변함이 없었다.

정 회장식 인재경영의 키워드는 '실천'과 '신용'이다. 무엇보다 고인은 솔선수범하며 직원들에게 이상적인 경영인상을 몸으로 보여줬다. 인재를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보이는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새벽같이 출근하고 틈만 나면 현장으로 달려가는 부지런한 '왕 회장'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 회장은 직원들에게 세세하게 지시하기보다는 개인을 믿고 맡겼다. 언젠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많은 일을 하시면서 결제 서류들은 어떻게 다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걸 어떻게 다 봐? 사람보고 하는 거지. 특히 돈 결제는 안 봐. 돈은 속이려고 하면 아무리 자세히 보고 결제해도 다 속아"라는 대답을 통해서도 직원들에 대한 그의 태도를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일을 못한 직원에게는 '나가 죽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무섭고 엄격한 상사였다.
이 때문에 정 회장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저마다 무용담에 버금가는 이야깃거리 몇 개쯤은 갖고 있다.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명박 대통령도 그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도 정 회장에 대한 회고가 꽤 등장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하나같이 '왕 회장'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으로 끝난다.

박정웅 전(前) 전국경제인엽합회 국제 담당 상무도 그 중 한 사람이다. 1974년부터 10여 년간 정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한 그는 저서를 통해 고인의 인재 경영 방식을 잘 나타내는 경험담을 소개했다.

1979년 정 회장은 당시 우리나라와 사이가 썩 좋지 않았던 인도, 나이지리아 등으로 출장을 떠났다. 그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0일간 강행군을 고집해 현지 주요 인사들을 모두 만났다. 젊은 청년에게도 버거운 출장에서 돌아온 정 회장은 바로 다음날 사무실로 출근해 동행했던 박 상무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출장에서 만났던 모든 인사들에게 함께 나눴던 대화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사업을 진전시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정 회장이 만난 인원만 30여명. 그리고 이 편지를 영문으로 한 통, 정 회장이 볼 한글로 한통씩 총 60여 통을 써야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라 꼼짝없이 밤을 새서 타자기를 두드려도 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퇴근길 내내 고민하던 박 상무는 마침내 꾀를 냈다. 편지 중간 내용의 경우 한글로만 일단 결제를 받으려는 심산이었다. 결과물을 본 정 회장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내 일부러 시켰다. 자네가 어떡하나 보려구 말이야. 잘했어 아주 잘했다"라고 말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는 박 상무에게 정 회장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사람에겐 능력의 한계라는 게 있긴 있어.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해. 10일 걸릴 일을 20일 기간을 주면 더 잘하는가? 그렇진 않지, 또 5일만 주면 엄청나게 부실해지나? 그것도 아니지. 문제는 남들하고 똑같이 해서는 남들보다 결코 앞설 수 없다는 거야. 남들 열흘 걸릴 일이라면 2~3일에 해치우고 남들 두 달 걸릴 일이라는 한달에 끝내야 앞설 수 있어."

박 상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 회장은 일을 툭 던지고 직원들이 어떻게 요리해서 답을 내놓을지 지켜본다. 절대 답을 먼저 주지 않는다. 만약 지시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답하는 직원들에게는 "해봤어?"라고 반문한다. 해보고 안 된다고 말하는 건지, 머릿속에서 안 된다고 말하는 건지, 묻는 말로 시작부터 자신의 한계를 그어두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다. 이 '해봤어?' 한 마디를 통해 정 회장은 '일단 몸으로 부딪혀보고, 그래도 안 되면 여러가지 방식으로 시도해보라'는 자신의 신조를 직원들에게 전수해줬다.

1985년 사장단 회의에서 정 회장은 "기업이 성공하는 요체는 인간관리"라면서 "인사가 성공하면 기업은 당연히 성공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회사를 활기차게 만들기 위해 인사 활성화가 꼭 필요하고, 능력만 있으면 빨리 승진시키는 게 인사의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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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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