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은 중소기업의 사장으로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다. 갑의 가족으로는 아내와 딸이 있는데 딸은 의사인 '을'과 결혼했다.


갑은 여름 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괌으로 여행을 떠나게 됐는데, 을은 병원일이 바쁜 관계로 여행을 함께 가지 못했다.

그런데 갑과 그의 가족이 탄 비행기가 괌에 도착할 무렵 공항 근처 언덕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갑의 유족으로는 여행을 함께 떠나지 못한 사위 을과 갑의 형제자매들이 있다. 갑의 재산은 사위와 형제자매들 중 누가 상속하게 될까.

민법에 정해진 상속순위는 다음과 같다. 사망한 사람(피상속인이라 한다)에게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에는 직계비속과 배우자가 상속하고,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직계존속과 배우자가 상속한다.


직계존속도 없이 사망하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고, 배우자도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형제자매가 상속하게 된다.


형제자매도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4촌이 내의 혈족 중 가장 가까운 촌수의 혈족이 상속인이 되고, 4촌 이내의 혈족도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국가 재산이 된다.


이번 사건에서 만약 갑만 사망했다면 갑의 직계비속인 딸과 배우자인 아내가 공동상속했을 것이다.


그리고 민법에는 대습상속이라는 것이 있다. 대습상속이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피상속인 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에 피상속인 사망시 먼저 사망한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대신해 상속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 사건에서 갑이 사망하기 전에 갑의 딸이 먼저 사망했고, 다음으로 갑이 사망했다면 갑의 사위인 을이 갑의 딸을 대신해 상속받게 된다.


대습상속은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인정돼 온 것인데, 조선시대에는 며느리들이 남편의 사망이후에도 시부모를 봉양하며 사는 것이 법도여서 시부모 사망시 며느리가 남편을 대신해 상속받게 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습상속은 며느리에게만 인정돼 온 것인데, 1990년 민법개정시 남녀평등의 차원에서 사위의 대습상속도 인정하게 됐다.


다음으로 상속에 있어서는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때론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 밝히기 매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번 사례에서도 갑의 가족들이 비행기 사고로 모두 사망했는데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민법에서는 2인 이상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사례에서 갑의 가족들은 모두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동시에 사망한 사람 사이에는 상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갑의 재산은 누가 상속하게 될까. 을은 자신이 대습상속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즉, 을은 갑의 직계비속인 갑의 딸이 상속받을 것을 자신이 배우자로서 대신해 상속받는다고 주장했다.


갑의 형제자매들은 대습상속은 갑의 딸이 갑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에 이뤄지는데 이 사건에는 갑과 갑의 딸이 동시에 사망했으므로 대습상속이 인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갑은 직계비속, 직계존속, 배우자 없이 사망한 경우이므로 형제자매인 자신들이 상속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대습상속에 관한 민법 규정은 갑의 딸이 갑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에 갑의 사위가 갑을 대습상속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를 완화해 갑의 딸이 갑보다 먼저 사망하거나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도 갑의 사위가 갑을 대습상속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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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갑의 재산은 갑의 사위인 을이 상속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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