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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아침식사속 천하무적(?) '개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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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어느 설문조사 기관에서 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무엇인지 물은 적이 있다. 이 기관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단어는 어머니를 뜻하는 'Mother'라고 한다.

그럼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비록 딱히 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이런 질문을 실제로 한다면 분명 자유를 뜻하는 'Freedom' 혹은 'Liberty'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인만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도 없다. 이들은 사회의 조화, 평등보다 개개인의 자유를 더욱 존중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마도 자유 말고 좋아하는 단어를 하나 더 꼽으라면 개인주의를 뜻하는 'Individualism'을 택할지도 모른다. 개인주의는 개인이기주의와 다르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달리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한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다양한 민족이 사는 만큼 미국인들은 개개인의 다른 개성과 취향을 최대한 존중하고 포용한다.

미국인들의 아침 밥상을 소개하는데 어째서 자유니 개인주의니 이런 추상적인 단어들을 먼저 꺼내는 걸까? 그건 미국의 아침 식사 문화만큼 미국의 개인주의를 잘 보여주는 예가 없기 때문이다.

옷이든 컴퓨터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맞춰 주문하는 이른바 맞춤 제작을 커스토마이즈(Customize)라고 한다. 미국인의 아침 식사 문화는 이러한 커스토마이즈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분명 '자장면으로 통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공동체 의식과는 판이하게 다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분명 흥미롭게 다가온다.
지난 회에 소개했듯 미국 조찬에 오르는 주식의 종류만 해도 적지 않다. 토스트, 머핀, 팬케이크, 베이글, 와플, 크라상, 비스킷 등등 말이다. 이 많은 종류의 빵 중에서 무엇을 먹든 이는 그야말로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자유를 만끽하기엔 아직 이르다. 빵을 고른 뒤에는 계란을 어떻게 먹을지 정해야 한다.

계란을 먹는 것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까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가장 평범하게는 계란프라이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계란프라이조차도 단순하지 않다.

'Sunny Side Up'은 계란프라이를 할 때 노른자를 깨지 않고 마치 해가 떠있듯이 노른자가 다 익지 않은 상태로 떠있는 상태를 말한다. 'Over Easy'는 위와 같은 계란을 한 번 뒤집어 노른자도 조금 더 익힌 상태를 말한다. 마찬가지로 'Over Well'은 노른자를 모두 익힌 상태를 말한다.

스테이크를 시킬 때 Medium, Well Done 등으로 주문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이러한 계란프라이 말고도 노른자와 흰자가 섞인 스크램블로 먹을 수 있다. 간단히 야채와 치즈 등을 계란과 섞은 오믈렛도 있다. 프랑스식 계란 파이인 키쉬(Quiche)도 훌륭한 아침 식사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것이 번거롭다면 그냥 삶은 계란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빵과 계란을 정했다면 이젠 감자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홈 프라이 (Home Fried Potatoes),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가정식 감자튀김은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파는 기다란 네모꼴의 감자튀김이 아니라 그냥 감자를 깍두기처럼 잘라서 기름에 들들 볶은 것을 말한다. 하쉬 브라운 (Hash Brown) 즉 잘게 채 썬 감자를 기름에 볶은 것도 케첩 등과 함께 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

테이터 탓츠 (Tater Tots)라고 불리는 조그만 큐브형태의 감자튀김은 하쉬 브라운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아침부터 입 안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홈 프라이, 하쉬 브라운, 테이터 탓츠는 순서대로 점점 더 느끼하니 아침부터 기름기 많은 것이 부담스럽다면 홈 프라이가 가장 무난하다.

여기까지만 나열해도 이미 아침은 물론 저녁때까지 배가 부를 것 같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단백질을 조금 더 보충하기 위해 육류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정해야한다. 미국식 조찬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베이컨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좀 얇게 썬 삼겹살과 같다. 바짝 익은 삼겹살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작은 소시지를 먹을 수 있다. 소시지도 길쭉한 링크형(link)과 넓적한 패티형(patty)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베이컨과 소시지 말고도 햄을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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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미국 조찬에는 위와 같이 빵, 계란, 감자, 고기 등이 오르고 거기에 우리나라의 죽과 같은 뜨거운 오트밀이 더해지며 또한 신선한 과일 등을 곁들인다. 물론 바쁜 현대 사회에서 위에 나열한 모든 것을 다 차려 먹기란 힘들다.

그래서 최근에는 시리얼이나 요구르트 등의 간단한 식품을 선호하기도 한다. 미국식 조찬은 또한 지역마다 특색이 강하다. 소울 음식의 고향인 남방에서는 걸쭉한 시골 소스 (Country-style Gravy)를 곁들인 비스킷을 먹고, 대서양과 가까워 해산물이 풍부한 동북부에서는 게를 갈아 만든 크랩 케이크를 먹기도 한다. 멕시코와 가까운 서남부 지방에서는 멕시코 음식 중 하나인 부리토를 아침으로 먹는다.

조찬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가면 위에 열거한 모든 종류의 음식이 준비돼 있진 않지만 주어지는 선택의 폭이 결코 좁지는 않다. 계란을 어떻게 요리 할 지, 어떤 종류의 고기를 곁들일 것인지 모두 손님이 입맛대로 고를 수가 있다. 빵도 대부분 서너 종류는 구비해두고 있다. 즉 손님 개개인을 위한 커스토마이즈 준비가 철저히 돼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침 식사는 한 문화의 사소한 단면이지만 이 속에서도 우리는 한 나라 그리고 그 나라 사람들의 전체 문화와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물론 패스트푸드와 초대형 외식업체들의 범람으로 미국인들의 식탁 위에서도 점점 개인주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사랑하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미국인들의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기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국인들의 아침 식탁은 다양한 음식으로 풍성할 것이다.

글= 강기석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 강기석 씨는 현재 미국 UC버클리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6년 전 미국으로 유학 간 기석 씨는 고등학교 2,3학년을 미국에서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다. 1년 간 중국 북경대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진에 관심이 많아 학생 신문사에서 사진 기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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