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의식한 민주당 의원들 반대 행렬 동참, 시장은 '출렁'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상원 전체회의 인준 표결에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재임안이 예상 밖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에서 버냉키 의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세력이 늘어나면서 22일로 예정됐던 표결이 연기된 것.


구체적인 표결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워싱턴과 월가에서는 버냉키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주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표결 연기 소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권 규제안과 맞물리면서 주식 및 채권시장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가운데 버냉키가 재선임에 실패할 경우 월가에 메가톤급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 잇따른 反 버냉키 선언 '시계제로' = 지난 2006년 부시 행정부 시절 연준 의장직에 오른 버냉키를 놓고 평가가 크게 엇갈리지만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재임에 큰 이견이 없었다. 마땅한 대안이 없을 뿐 아니라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 정책의 일관성이 깨질 경우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 온라인 트레이딩 사이트 인트레이드가 집계한 상원 인준 가능성은 95%까지 치솟았다가 이번 주 들어 70%대로 뚝 떨어졌다. 일부 미국 언론은 지난주부터 버냉키가 재선임되지 못할 경우 발생할 파장을 보도, 워싱턴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드러냈다.


막판 표결을 앞두고 버냉키의 연임을 반대하거나 결정을 유보하는 의원이 늘어난 데다 지난주 메사추세츠 상원의원 보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 민주당 내 포퓰리즘 성향의 '안티 월스트리트' 세력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경향은 올해 연말 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의원들에게 강하게 나타난다. 즉, 메인스트리트를 의식해 월스트리트가 지지하는 연준의 수장을 노리고 나선 것.


21일(현지시간) 민주당의 바이런 도간 의원(노스 다코다)과 제프 머클리 의원(오레곤), 친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바니 샌더스 의원이 연임 반대 의사를 표명한데 이어, 22일에는 바바라 박서 민주당 의원(캘리포니아)과 루스 페인골드 의원(위스콘신) 이 행렬에 동참했다.


또 바바라 미컬스키 민주당 의원(메릴랜드), 빌 넬슨 의원(플로리다) 등도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공화당에서 반 버냉키 세력으로 분류되는 의원의 숫자는 10명에 달한다.


이들은 연준이 관리감독에 소홀하고 자산 버블을 양성, 금융위기에 일조했다는 점, 그리고 위기 후 납세자들의 돈을 쏟아 부어 은행권 구제 금융을 실시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박서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버냉키는 위기를 초래한 부시 행정부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며 버냉키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 불확실성 증폭..증시 '출렁' = 투자자들은 이 같은 움직임을 최근 발표됐던 금융 규제 개혁안과 더불어 '월스트리트 때리기'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22일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한 데에는 버냉키 연임 탈락 가능성을 우려하는 투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09%, S&P500지수는 2.22%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들이 내림세를 주도했다.


시장 전문가는 버냉키 재임 실패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표정이다. R.W. 베어드 앤코의 브루스 비틀스 투자전략가는 "버냉키가 연준에 실패할 경우 연준의 정책은 꼬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것이 지금 투자자들이 하고 있는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2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버냉키가 재임에 실파할 경우 대규모 투매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버냉키 인준 부결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크리스토퍼 도드 미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의 말에 동의하고 있다. 도드 위원장은 이날 "지금 금융시장을 망치고 싶다면, 버냉키 인준을 거부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버냉키 인준을 거부하는 것은 단기적인 시각"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재임 실패할 때 후폭풍은 = 표결 연기가 충격적인 것은 연준 의장 후보에 대한 상원의 거부가 극히 드문 사건인 데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이어 강도 놓은 규제안을 내놓은 상황에 불거졌기 때문이다.


연준의 독립성 확보가 버냉키 임기 2기의 핵심 과제로 꼽힐 만큼 금융시스템을 복원하는 과정에 정가의 영향력이 높아진 상황. 각종 세금과 현대판 글래스 스티걸법에 이르기까지 월가의 숨통을 조이는 조치가 쏟아진 가운데 버냉키의 연임이 무산될 경우 관치금융이 고개를 들 것이라는 우려다.


버냉키의 지지자들조차 실책을 지적하고 있지만 통화정책 수장을 맡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22일(현지시간) CNBC는 대안 부재를 강조하며 폴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과 도날드 콘 연준 부의장의 선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이날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C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버냉키 의장이 단연 연준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평가하고 "그가 반드시 재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수장이 불투명한 가운데 내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증시 불안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새해 첫 FOMC에서 신임 의장을 공식 임명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26~27일까지 표결이 마무리될 것으로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다.


31일 임기 만료까지 버냉키의 재선임 여부가 확정되지 않거나 무산될 경우 차기 의장이 확정될 때까지 버냉키나 콘 부의장이 의장 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AD


[성공투자 파트너]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선착순 경품제공 이벤트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