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고려대 총장 "교수·캠퍼스 경쟁력 확보"
세계 50대 대학 줄달음질

대담=박희준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용맹과 지혜의 상징인 호랑이 해에는 안암골 호랑이가 국내 울타리에서의 일류가 아닌 세계 100대 대학을 목표로 호령하는 해로 만들 것입니다."


경인년인 2010년 안암골 호랑이가 상징하는 고려대 이기수 총장의 포부다. 사립대 구조조정, 국립대 법인화 및 통폐합, 교수 성과연봉제 도입 등 대학사회가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들어갈 것이 예고된 가운데 이 총장은 글로벌화와 교수ㆍ캠퍼스의 경쟁력 강화 플랜을 가지고 세계속의 고려대로 나아가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이 총장이지만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겼다. 그는 특히 총장실 벽면에 걸려있는 고려대 설립자 인촌 김성수 선생의 평생신념인 '공선사후(公先私後), 신의일관(信義一貫)'을 올해 우리 국민들이 마음에 새길 가치가 있는 사자성어로 권했다. 이 총장은 "자기보다는 공을 앞세우는 희생정신, 한번 옳다고 믿는 일은 끝까지 믿는 신념 즉 공(公)과 믿음을 중요시하는 자세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의 새해 소망은 고려대의 2030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다. 고려대는 2015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 2030년 세계 5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총장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3년까지 발전기금 1조원 모금을 모으고,특히 취임 3년째인 올해는 1000억원 이상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원대한 꿈을 가진 이 총장이었지만 개인 소망을 다이어트의 성공을 꼽았을 만큼 소박했다.1년 반 동안의 다이어트로 18kg을 감량, 청년 시절의 몸무게를 회복한 이 총장은 다이어트 2년차가 되는 오는 6월까지 금주와 채식위주의 식단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 총장은 "평생의 꿈인 고려대 총장이 되고 난 후 2030프로젝트를 발표했고 2030년 세계 50대 대학에 이어 2055년 세계 30대 대학에 드는 것까지 보고 싶어 건강을 더 생각하게 됐다"며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이 더 좋아졌으므로 고려대를 위해 더욱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31일 오전 총장실에서 이 총장을 만났다.



-2030프로젝트가 꽤 성과를 보인 것으로 아는데 성과와 올해 계획은?
▲지난해는 대학별 자율예산제를 시행함으로써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대학별 자율경영을 통한 경쟁력과 자생력을 확보했다. 언론학부를 미디어학부로 개편했으며, 녹색성장(에너지ㆍ환경ㆍ자원) 분야에 대한 정책과 기술을 겸비한 인재육성을 위해 전문대학원인 '그린스쿨'을 신설했다. 또한 융합IT 혹은 융합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이 시급하다는 판단아래 융합소프트웨어 전문대학원을 신설했다.


고려대는 올해 의ㆍ약ㆍ생명과학 학문분야를 새로이 육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2011학년도 약학대학을 설치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고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또한 실질적인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대학원의 석·박사 정원을 조정하고, 대학원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연구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 약대 유치와 정부의 세종시 계획에 따른 세종캠퍼스 구상 계획을 설명해 달라
▲약학대학이 설립되면 약학의 중개적이고 융합적인 학문특성상 오송 생명과학단지와의 효과적인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실질적인 산학연의 유기적인 협력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세종시와 관련해 고려대에서 구상 중인 캠퍼스는 한마디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연구캠퍼스다. 현재까지 모든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연구중심대학은 거의 없다. 따라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대학원을 중심으로 한 대학의 연구기능 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의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바이오 사이언스 및 융복합 공학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연구캠퍼스를 구축하고자 한다. 전공, 학과, 대학의 벽을 허물고 산업과 연구가 직결될 수 있는 융복합연구소를 중심으로 학문분야를 재정립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융복합 석ㆍ박사과정을 설치할 계획이다.


-정부에서는 올해 국립대 교수들에게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성과연봉제 강의평가 공개 등 교수사회의 경쟁이 이미 여러 대학에서 시작되고 있는데.
▲ 이명박 정부의 교육분야 기조가 자율과 경쟁이다. 그 기조가 계속 강조돼야 한다. 대학도 발전하려면 경쟁체제로 가야한다. 교수들에게 성과에 따른 페널티와 인센티브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안을 내놓으라고 교무처에 지시했다. 오는 3월부터는 교수 직급이 올라갈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논문편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대학원 지도학생을 배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연구할 시간이 없는 교수는 학생을 지도할 여력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고려대는 글로벌화가 잘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요. 글로벌화는 지표보다는 내실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지난해 말 현재 고려대는 세계 72개국 700여개 기관과 협정을 체결해 교류 중이다. 1200여명의 학생을 해외로 파견하고, 760명의 외국인 교환학생을 유치했다. 또 130여명의 외국인 전임교원이 본교에서 연구, 교수를 하고 있으며, 900여명의 학위과정 외국인 학생이 수학하고 있다. 2004년 시작한 국제하계대학 프로그램은 지난 해 1570명의 학생을 유치하면서 명실공히 아시아 지역 최고의 하계대학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는 차별화되고, 내실 있는 국제화를 체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국제화 버전 2.0 프로젝트'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전문가 양성, 외국인 교수, 학생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센터 신설, 국제기구 행사 유치, 국제하계대학 참가 학생의 다변화 등 타 대학과 차별화된 전략을 위주로 한 로드맵과 시행안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외국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간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기 중에는 학업을 하고 방학중에는 현지 진출 기업에서 인턴십으로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해 인도와 멕시코 등을 방문해 진출한 우리기업과 양해각서를 맺어놓았다.


- 막걸리 열풍으로, 고려대는 이를 브랜드화하기 위해 노력이 진행 중인데. 언제쯤 맛볼 수 있을까.
▲ 사업단이 마련한 추진 일정상의 계획대로 Pilot Plant(시험용 소규모공장)가 건립되고 시험 설비가 완비된다면, 2010년 5월 5일 고려대학교 105주년 개교기념일에는 1차 시제품이 완성되어 시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기업체와의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이전 및 기술지원을 통한 방법으로 시중에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우리나라에서 G20 개최된다. 국격을 높이는 계기로 삼자는 게 정부 계획이다. 국격을 높이기 위한 개인, 대학,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개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인촌선생의 '신의일관' 뜻을 살리라고 권하고 싶다. 인간 관계에서 신의가 가장 중요하다. 대학의 역할은 국제적인 명품인재를 만드는 것이며, 국가적으로는 법치·준법정신의 함양이다. 지난해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범죄자의 인권은 존중되고 오히려 피해자나 공권력의 인권이 무시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법치주의의 실현·준법정신 함양이 국격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하며,선결돼야 한다.


- 고려대는 학생들과 교직원 총장이 모두 함께 매년 대규모의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말씀이 있다면.
▲12월30일 학생들과 함께 연탄배달을 나갔다. 한 학생이 연탄을 나르면서 연탄이 이렇게 무거운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얘기했다. 사람은 가족부터 시작해서 학교, 사회가 모두 같이 공동체로 살아가야 한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


연탄이 무거운 줄 몰랐다는 학생은 지금까지 연탄을 들어본 적도 없고, 물론 연탄을 떼는 사람들에게 대해 전혀 모르고 배려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항상 주변을 둘러보고 직접 체험하면서 내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함께 배려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면 한 학기에 1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부실 사립대를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내년에는 대학 정보 공시에 경영지표를 상대적으로 평가해 신호등 체계로 표시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연스럽게 대학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계획인데.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으로서 견해를 듣고 싶다.
▲ 우리나라의 대학은 지난 50년간 주목할 만한 양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질적인 성장을 소홀히 한 탓에 세계 선진 대학들과 비교해 대학의 특성화가 부족하고 연구실적이 질과 양에서 미흡하다. 교수사회의 비경쟁 문화 등은 사립대학의 주요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변화를 핑계로 정부는 일방적으로 사립대학의 구조조정을 하거나 대학의 현실을 무시하고 진행해서는 안 되며 ,정부도 그렇지 않으리라 믿는다. 사립대들은 자체적인 구조조정과 더 나아가 대학 간 통ㆍ폐합 등을 통한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정부도 사립대학들의 구조조정을 독려하기 위한 지원 또는 보상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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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수 총장 약력>
 ▲1945년 출생
 ▲1969년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법학사)
 ▲1972년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법학석사)
 ▲1977년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박사과정 수료)
 ▲1983년 독일 튀빙겐대학교 법과대학(법학박사)
 ▲1984년~현재 고려대 법대 교수
 ▲1986년~1998년 독일 튀빙겐대학, 마인츠대학, 막스플랑크 연구소 교환교수
 ▲1998년 고려대 법과대학장(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회장)
 ▲1995년~1996년 미국 위스컨신 매디슨 로스쿨 객원교수
 ▲2005년~2006년 일본 와세다 로스쿨 교환교수
 ▲2008년~현재 고려대 총장
 ▲2009년~현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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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사진=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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