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과의 이별도 사흘 후로 다가왔습니다. 사람들마다 성취의 기쁨이 다르고 반추의 느낌도 다릅니다. 시간의 정리가 필요한 때입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선은 점의 연속이고 독립적이라기보다는 점들이 모여 하나로 이어진 집합체라고 했습니다. 띄엄띄엄 있던 점들이 촘촘히 이어지면서 새로운 모습의 선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모여 한 사람의 일생을 만들어내듯 그렇게 사람이 평생을 사는 것은 선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생을 하나의 선으로 치부한다면 너무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의 연속일 것입니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이 보이고 지고 그러한 모습이 평생 반복된다면 조금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들의 매듭의 미학이 시작됩니다. 선과 같은 삶의 전체를 하루와 한 달과 한 해와 같은 매듭으로 나누어 놓은 것입니다. 역설적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 같은 매듭은 우리들의 생활을 보다 효율적이고 반복적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또 매듭의 그때 그때에 우리들은 한 번쯤 지내온 시간들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한 해의 끝이 다가오는 지금이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주변을 뒤돌아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것처럼 시간의 매듭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옵니다. 쪼개진 시간 속에서 한 해를 반추하며 지나온 시간을 되새겨보고 다가올 시간에 대한 준비도 하게 됩니다.


올 한 해도 우리 주변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모두 어려운 시기에 사회의 부침도 심했고 즐거웠던 일도, 답답했던 일들도, 돌이켜보기 민망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김대중-노무현 두 분의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세계적으로 신종인플루엔자가 창궐해 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글로벌 경제위기로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며 서민들의 삶이 더 쪼들렸습니다.


또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철거민과 경찰관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부녀자와 어린이를 상대로 한 ‘강호순 사건’과 ‘조두순 사건’ 등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내년 G20정상회의의 서울 개최와 ‘피겨 퀸’ 김연아의 연속 우승 소식은 청량제였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다보니 재미있고 관심 끄는 말들도 많았습니다. 올해는 말없이 일한다는 소의 해였지만 과거 어느 해보다 더 말로 시작해 말로 저문 한 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등불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며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란 말을 남겼습니다. 이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로 바뀌어 오랫동안 김 추기경의 묘역을 지켰습니다.


충격적으로 삶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대상이 된 후 참모들에게 “정치하지 마라”고 말을 하더니 유서엔 “미안해하지 마라. 원망하지 마라. 미안하다.”며 마음의 일단을 밝혔습니다. 줄곧 ‘행동’을 강조해 온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며 민주주의의 후퇴를 걱정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세계에 유래가 없는 특수관계”라며 묵은 갈등을 화해로 풀었습니다.


기업들의 수뇌부들도 기억에 남는 말들을 남겼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그룹 CEO세미나에서 “파주침주(破釜沈舟. 싸움터의 병사들은 솥을 깨고 타고 온 배는 가라앉힌다)”를 화두로 제시하며 적극적인 경영을 당부했고 이재용 삼성정자 부사장은 ‘젊은 나이에 부담도 많고 일도 많아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좋은 부모, 좋은 선배 만나서 이 자리에 있다”며 겸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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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인구에 회자된 말들을 간추린다면 무궁무진합니다. 야구대표팀의 김인식감독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하며 “우리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각오를 밝혔고 11월 한 여대생의 “키 작은 사람은 루저”라는 비하 발언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사흘 후면 새해가 열립니다. 내년엔 우리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상스러운 기운이 우리를 감쌀지 기대와 걱정이 함께 옵니다. 새해를 일상의 연속으로 본다면 또 하루가 열리는 것이겠지만 누구나 한번쯤 자신을 세밀히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올해를 보내는 마지막 주간에 독자들에게 인사 올립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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