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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1g은 석탄3t"... 원자력 50년 발자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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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27일 우리나라가 UAE 원전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1956년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가진 지 54년만에, 원자력발전을 개시한지 32년만에 원전 역사의 신기원을 새로 쓰게 된다.

27일 한국전력 및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세계 제2차 대전 직후 유럽의 전력계통 복구를 주도했던 미국의 전기기술 대가 워커 시슬러(W. L. Cisler)는 1956년 이승만 전 대통령 예방 당시 "우라늄 1그램이면 석탄 3톤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 한국은 자원 빈국이 아니다. 석탄은 땅에서 캐는 에너지이지만, 원자력은 사람의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다"라고 말했다. 이 것은 우리가 원전에 처음 관심을 가진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쟁 이후인 1956년 미국과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했고, 같은 해 3월 9일 당시 문교부 기술교육국에 원자력과를 신설하면서 원자력 기술개발 및 산업화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원자력과에서 원자력법을 마련해 1958년 3월 국내 최초로 원자력법이 공포되었다. 그 이듬해인 1959년에는 원자력원(현 교육과학기술부)과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도 개소했다. 이러한 발 빠른 움직임은 학계로도 이어져 1958년 한양대학교에 국내 최초로 원자력공학과가 설립되었고, 1959년 서울대에도 원자력공학과가 개설됐다.

1959년 7월, 이승만 전 대통령은 원자력계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인 'TRIGA Mark -Ⅱ'의 기공식을 개최했다.

1960년대는 박정희 정권 출범 이후, 제 1ㆍ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추진되면서 에너지 자원 확보와 기간산업, 사회간접자본 시설 확충 등이 급격히 추진됐다. 1962년 '원자력발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국내 최초로'원자력발전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안은 우리나라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가장 유망하며, 원자력 기술개발을 위한 인력양성에 착수할 것과 70년대 초기 원전 건설을 주문했다.

1964년, 기초조사가 시작된 후 4년여 만인 1968년 기상ㆍ지질 등 다양한 기초조사 끝에 경남 양산시 고리지역이 최종 원전 후보지로 선정됐다.1969년 공식 창립한 한국원자력학회는 첫 시작 당시에는 소규모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42개 기관의 특별회원사와 약 2,668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단체로 성장했다.
1973년과 78년 두 차례 오일쇼크가 찾아오면서 탈유전원개발시책에 의해 중ㆍ장기적인 원자력 발전계획 수립과 '원자력 발전의 국산화'가 당면 과제로 급부상했다. 1978년 고리1호기는 성공적으로 준공돼 가동에 들어갔다. 세계에서 21번째,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 원전보유국이 되는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1986년 6월, 총 공사비 1조 7178억 원 투입, 연인원 1200만 명이 동원돼 국내건설사상 최대 규모였던 고리 3.4호기가 그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1980년대에는 원전 기자재 국산화 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의 연료가 되는 핵연료의 국내생산 및 국산화를 위한 본격적인 기술개발도 시작됐다. 1982년 11월, 전담기관인 한국핵연료주식회사가 설립되고 독일 지멘스사와의 핵연료기술 도입계약에 따라, 1989년 2월 우리 기술진에 의해 고리2호기의 핵연료 설계가 수행되었다. 1990년 국내 최초의 국산 원전연료인 KOFA(Korea Fuel Assembly)가 고리2호기에 장전되었다.

하지만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내 원자력계는 원자력 사용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민간 환경감시기구 설치'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제까지 소홀했던 원자력의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1990년대 경제발전을 지속하던 우리나라는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원전건설 정책을 폈고, 특히 한국표준형원전 개발과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1995년 준공된 영광 3.4호기는 기술자립 뿐 아니라 외자의존도를 17%까지 낮춤으로써 우리 손으로 탄생시킨 한국형원전의 효시가 됐다. 2005년 준공된 울진 5.6기는 순수 국내 기술진이 원전 제작 뿐 아니라 설계까지 수행함으로써 국내 원자로 핵심설계 및 제작기술을 강화할 수 있었다.

국내 업체주도의 한국표준형원전으로 기록된 울진 3.4호기의 성공적 건설로 대한민국의 원전기술 해외진출 꿈도 조금씩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1993년 한전은 기술본부 내에 별도의 해외사업 추진팀을 발족하고 '중국 진산 중수로건설사업' 등 본격적인 해외사업을 추진한다. 이 시기 한국전력기술은 설계기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은 원전 설비 및 기자재 제작, 대우건설은 해외 원전건설사업에 진출하면서, 한국 원자력산업이 새로운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1995년 4월에는 우리나라 자력으로 설계ㆍ건설한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가 준공됐다.

2000년대는 원자력기술 고도성장기다. 2000년 우리 원자력계는 누계발전량 1조kWh 달성이라는 눈부신 성과로 시작했다. 1조kWh는 서울시에서 35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1조kWh달성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 경감액은 약 18조원으로 추산됐다.

2005년 한국표준형원전의 완성판이라 할 수 있는 울진 5.6호기의 준공으로 우리나라는 총 20기의 원전을 보유한 세계 6위 원자력 대국으로 발돋움 했다. 100만kW급 영광 5.6기의 준공으로 1572만kW의 원전설비용량을 보유해 국내 발전설비용량의 30%를 점유하게 됐다. 개선형 한국표준원전(OPR1000)을 신고리 1.2호기에 적용시키고, OPR1000이라는 새 브랜드로 세계 원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2007년 개념설계를 완료한 일체형 원자로 '스마트(SMART)'는 핵분열로 생기는 열의 일부로 전기를 만들고, 나머지는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데 필요한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중소형 원자로다. 이 원자로는 인구 10만 명 규모의 도시에 전기와 물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2050년까지 중소형 원자로 시장 규모가 500 ~ 1000기(350조원 추정)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매우 유망한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2005년 설치된 '아틀라스(ATLAS)'도 국내 원자력시설의 안전성 확보에 큰 이정표가 되었다. 아틀라스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 가능한 대부분의 사고에 대해서 실제와 유사하게 모의실험을 할 수 있는 장치로 특히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와 처분은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난제(難題)로 남아있었다. 방사상폐기물처분시설 후보지 선정은 지역주민의 반발 등으로 번번이 실패하다가 2005년 정부가 주민투표제를 도입하면서, 그 해 11월 최종 후보지로 경주시가 선정됐다. 이후 지역주민의 동의를 거쳐 2008년 1월 고리 1호기의 연장가동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정비전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2008년 8월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화석에너지의 비중을 크게 낮추는 대신 2030년까지 원자력 등 저탄소에너지 비중을 전체 에너지원의 39%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원자력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고 발전단가도 낮아 경제성이 높으며, 고유가 시대 및 국제적인 환경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 에너지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량 비중을 전체 전력의 59%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이 계획대로라면 2030년까지 약 18기의 추가 원전 건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미자립 원천기술과 수출용 신형원전 개발을 앞당겨 세계 6대 원전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원전 플랜트 해외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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