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등 인터넷 사이트들, 무차별적 주민번호 요구 문제 일으켜
전봇대와 신호등-이것만은 뽑고 바로잡자
<16>온라인 가입 규정
# 이(29ㆍ 여) 모씨는 최근 한 게임 사이트에 가입하려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분명히 처음 가입하는 사이트인데 이미 자신의주민등록번호로 생성된 계정이 버젓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가슴은 쿵쿵 뛰었지만 태연한 체 하며 알아보니 그 계정으로 이미 게임 아이템을 거래한 사실까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돼 아이템 거래에까지 사용됐다는 얘기다. 이씨는 혹시 자신이 모르는 금전적 피해가 있지 않을까 걱정돼 업무가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아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었다. 주민등록번호가 마치 악마의 숫자처럼 여겨졌다.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단 한 번도 유출된 적 없이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느끼는 인터넷 사용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포털사이트나 쇼핑몰 등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내 주민등록번호는 안전하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유출사건의 최대 규모로 알려진 옥션의 경우, 무려 1081만명 회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한번의 유출로 대한민국 인구 5분의 1이 넘는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으니 그 피해가 엄청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옥션 역시 해킹피해업체로서 이같은 사실을 즉시 당국에 신고하고도 법정소송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해킹피해를 입더라도 수많은 인터넷업체들이 신고는 커녕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크고 작은 유출사건, 알려지지 않은 유출 사례까지 합치면 '신생아를 제외한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을 것'이라는 말이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현재 대다수 인터넷 사이트들은 회원가입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개인의 고유번호를 민간에서 활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터 사이트만 해도 이름과 이메일 주소, 지역 등만 입력하면 누구나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국내 대다수 인터넷 사이트들이 마치 관행처럼 회원가입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토록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13자리 숫자의 주민등록번호가 회원들을 식별하는데 편리한 전자코드로 쓰이는데다 전자상거래 관련법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실명제 등 인터넷 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게시글 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회원 관련정보를 보다 쉽게 넘길 수 있어 책임을 회피하기 쉽다는 점도 감안했을법 하다.
결국 전자상거래 관련법과 실명제 등 외부 규제로 인해 정작 가장 엄정히 다뤄져야 할 개인 정보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금도 주민등록번호를 수집, 이용하는 것에 대한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수 많은 웹사이트들이 전자상거래법 등에 의존해 무작위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안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무분별하게 주민등록번호가 수집되다 보니 불법 유출이나 도용 등 피해는 어찌보면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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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같은 문제를 의식해 주민등록번호 오남용을 막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인 '아이핀' 도입을 의무화하고 나섰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아이핀 이용 대상이 하루 평균 이용자수 5만명 이상 포털과 1만명 이상 웹사이트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핀 등록과 사용이 쉽지 않은 데다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홍보가 돼있지 않다는 점도 아이핀 사용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가 주민등록번호 보호를 위해 종합대책을 수립해 내년부터 본격 추진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가운데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주민등록번호 수집에 관한 기준을 마련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전자상거래법과 실명제 등 외부 규제에 대한 대응책은 아직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함정선 기자 m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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