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고층 아파트의 대피시설인 완강기는 화재와 사고시 주민의 생명을 구하는 생명줄이다. 최근 일부 중소기업들은 3,4명이 동시에 탈수 있는 완강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판로가 막혔다. 현행 소방법상 완강기 설치기준이 1인 탑승을 못박에 두었기 때문이다. 지경부 이창한 산업기술정책국장은 "완강기 외에도 혁신적인 제품이 출시되고 개발되고 있으나 현행 법,제도에 가로막혀 판로 자체를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경부가 주도해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국방부 등 18개 부처가 소관하는 94개 법률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기업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조항들을 찾았더니 무려 4463건이나 됐다. 법령은 1643건, 시행령 982건, 시행규칙 1838건이었다. 이들 모두 기술 관련 제도를 규정한 조항으로서 실제 기업에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는 조항인 것으로 지경부는 파악하고 있다.

◆제품생산부터 기술개발 마케팅에 겹겹이 규제


정부가 4463건을 기업활동 유형으로 분류한 결과 60% 가까운 59.7%(2663건)는 제품생산과 관련된 규제였으며 39.0%(1742건)은 판매 마케팅관련 규제였다. 기술개발과 관련된 규제는 58건으로 1.3%였다. 이 같은 분포는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등에 모두 비슷하게 분포됐다.

구체적인 기술규제 유형별로는 4000건 가운데 제조및 품목허가가 165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창업규제 907건, 인증 784건, 시험분석 352건,자격규제 269건 등을 기록했다. 제조및 품목허가와 창업규제는 시장의 진입과 사전규제에 해당돼 기업활동을 원천적으로 제약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수출순위 9위의 위상과 달리 수출입규제도 225건에 달했다. 이들 외에도 정부 각 부처의 훈령 예규 고시 공고 등의 하위규정과 지자체의 조례, 공기업 내부기준, 규정, 약관 등을 포함하면 실제 기술규제는 1만여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불필요,불합리한 규제는 국가,정부,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부담은 높이게 된다. 일례로 연료전지의 인증의 경우 제품인증은 가스안전고앗가 70개 항목에 대해, 설비인증은 에너지관리공단이 51개 항목에 대해 검사하고 인증서를 부여한다. 검사항목중 중복된 항목만 43개나 된다. 중복항목만 분류하고 상호 검사항목을 인정해주면 업체별로 연간 최대 1400만원의 인증검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부품업체들은 시도때도 없이 완성품업체로부터 부품에 함유된 유해물질 관련 시험, 분석성적서를 요구받아 시간, 비용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는 정부의 관련 규정 중에 부품관리체계의 적정운영 점검 의무항목에 시험인증서 갱신 규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완성품업체가 시험서 유효기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부품업체의 부담은 크게줄어든다.


지경부 의뢰로 지난 8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48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제도 관련 행정절차에 인력 시간 등을 지출하는 순응비용을 추산해보니 대기업은 연평균 246억원, 중견기업은 19억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기술규제의 체감강도에서도 5점 척도 기준 대기업은 3.47로 중기업(2.97), 소기업(3.07)보다 높았다.


◆정부 4463건에 추가 발굴 모두 개선방침..내년 13개 과제부터 시행
이처럼 기업 미래성장동력의 원동력인 기술에 대한 규제는 ▲숨은 기술규제및 재량권 과다▲기술개발 의욕 및 기업가 정신저해 ▲특수성반영 및 환경변화대응 미흡▲높은 진입장벽 및 시장고착화 초래 ▲비용증가로 인한 기업경쟁력 저하 등을 야기시킨다. 정부가 지속적인 창업규제를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경제규모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이 181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Doing Business in 2010"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창업절차는 8단계 창업기간은 14일로 OECD평균(5.7단계, 13일)과 격차를 보였다. 창업비용의 경우 1인당 GDP대비 우리나라가 14.7%로 OECD 평균(4.7%)의 3배에 달했다. 기업환경평가 창업부문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2007년 110위, 지난해 126위로 하락했다가 올 들어서야 5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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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에 따라 9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제 19차 회의를 통해 기술규제 제도개선에 대해 근본적인 수술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파악한 4463건에 대해서는 내년 TF를 구성해 중장기적으로 모두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마친 100개 규제 가운데 신기술인증제도 통합 등 13건은 내년 중 개선을 완료하기로 했다.


내년 중에는 보건및 전력분야 신기술 인증이 신기술통합인증요령(NET)에 포함돼 NET마크를 사용하게 된다. 벤처기업 인증과 이노비즈기업 인증을 받을 경우 상이하던 연구개발비 산정기준이 중복인증으로 단일화된다. 또한 중소기업 25%, 대기업 50%로만 이분화됐던 연구개발사업의 매칭비율에서 중견기업이 새로 추가돼 35∼40%로 비율이 조정된다. 이외에도 신재생에너지 기자재 분야에 우선적으로 관세경감제도가 도입되고 중소 수출업체 개별환급 지원을 위해 세관에 전담지원반이 설치된다. 병역특례(전문연구요원) 인력배정시 녹색, 신성장산업은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우대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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