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피해자 막아야 VS 법적 의무 없다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지난 5월 자영업자 김모(50)씨는 대출신청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본인이 수년전에 다 갚은 연대보증금액을 갚지 않았다며 연체자로 은행연합회에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정보를 삭제했지만 김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신용불량정보를 등록할 때 전화나 우편으로 통보해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예금가입 권유 전화는 그렇게 자주하면서 정작 신용불량자 등록할 때는 연락 한번 없다"고 꼬집었다.

시중은행들이 3개월 이상 연체된 정보를 은행연합회에 등록할 때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통보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신용정보 등록 오류에 따른 처벌규정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현재 신용정보관리규약에는 연체정보 제공시에는 고객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있다. 고객이 자신의 신용불량정보를 은행공동망에 올리는데 동의할 리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연체정보를 은행연합회에 지연등록할 경우 은행들은 최고 8만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지만 주민등록번호나 연체금액 등의 처리오류에 대한 관련 직원 처벌규정은 없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철저하게 은행입장에서 해석되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연체정보 등록시 고객의 동의를 받을 필요없이 통보하도록 만 돼 있어도 선의의 피해자 양산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저축은행 직원의 실수로 연체대금 18만원이 1800만원으로 둔갑돼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사례나 신용카드 대금 연체분을 완납하고도 5년간이나 신용불량자 딱지를 떼지 못한 것 등도 모두 고객통보의무 및 등록오류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었다는 데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은행연합회에 등록되는 연체정보를 금융기관직원들이 수작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규정 강화없이는 실수에 의한 선의에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별 차이는 있지만 연합회에 제공하는 연체정보는 본사에서 리스트를 작성하고 지점에서 수작업으로 이를 등록을 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며 "실수는 직원들이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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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중은행들은 현재 연체정보 등록시 고객에게 통보해주는 방안을 강화할 계획이 전혀 없다.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만든 사내규정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법정다툼에서 은행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B은행 관계자는 "사내규정이라도 연체등록 정보제공시 이를 고객에게 알려야한다고 명문화하면 법정다툼을 대비해 통보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내용증명우편, 또는 통화녹취 등이 필요한데 이에 드는 비용이 인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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