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무조건 반값예요. 바구니에 골라 담아요"


집 앞 구멍가게를 지날 때면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것은 바로 아이스크림이 가득 담긴 냉장고.

다른 물건을 사러 왔다가도 이곳의 유혹을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갈수록 치솟는 물가에 모든 먹거리와 생필품 가격이 껑충 뛰었고 겉포장에 적힌 아이스크림 값도 수직상승했다.


그러나 50% 할인이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냉장고 앞에 붙어있다. 며칠 먹을 수 있는 분량을 넉넉히 사더라도 총 지불해야 할 가격의 반. 왠지 남는 장사를 한 듯해 괜찮은 기분이다.

이렇듯 실제 소비자가격보다 훨씬 줄어든 지출액에 미소를 짓게 하던 '아이스크림 반값 할인'이 이젠 옛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권장소비자가 표시 금지품목을 기존 가전, 의류 등 32개 품목에서 아이스크림, 빙과류, 라면, 과자 등 총 279개 품목으로 확대해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아이스크림에도 오픈프라이스제도가 시작된 것이다.


권장소비자가는 소비자에게 가격정보를 제공해 제품평가에 도움을 주고 유통업체에게 가격 책정 기준을 제시해주는 목적으로 실시돼 왔다. 또한 가격상한선의 역할은 물론, 소비자에게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가격인상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할인판매를 진행함은 물론 할인율도 최고 70%까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권장소비자가로부터의 할인율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는 등 권장소비자가격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됐다.


이는 힘의 균형이 과거 제조업체에서 현재 유통업체로 넘어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에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철저히 적용된다"며 "과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을 때는 제조업체가 힘을 가져 권장소비자가를 정했는데 이젠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공급의 경쟁이 치열해지니 유통업체가 가격을 정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스크림과 빙과류 등에 있어서 반값 할인이 등장한 시기는 대표적 빙과업체인 빙그레, 롯데제과, 롯데삼강, 해태제과 모두 2000년대 초반, 대략 2002년경으로 보고 있다. 이는 힘의 역학관계가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쪽으로 쏠린 시기와 비슷하다.

AD

아울러 아이스크림과 빙과류의 시장환경이 변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수많은 제품 종류의 가격을 달기 귀찮아(?)하는 소매점주들이 롯데삼강 '돼지바', 빙그레 '메로나', 롯데제과 '설레임', 해태제과 '누가바' 등 소위 '잘 나가는' 인기상품만을 취급하려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기상품만을 취급하려는 소매점이 많아지면서 이 상품들 위주로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제품 구색을 맞춰야 하는 목적 등으로 비인기상품들을 계속 소량 생산할 수는 있겠지만 단종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