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아시아의 식품제조업 평균 수익률을 따졌을 때 한국이 최저입니다. 우리 기업은 세계 수많은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이 토로한 한국 사업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할인점 판촉사원과 빈번한 할인행사를 선호하고 유행을 빠르게 쫓아가는 등 남다른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는 한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은 네슬레 뿐 만이 아니다. 코카콜라, 까르푸 같이 세계 시장에서 '백전 백승'을 자랑하던 '챔피언 기업'들도 백기를 들고 나선지 오래다.


네슬레의 경우 전 세계 80여개국에 진출, 지난해 제조업체로는 유일하게 매출 100조원, 순이익 10조원을 기록한 거인이다. 그러나 한국네슬레의 연간 매출액은 3500억원 규모. 진출국가에서의 순위를 꼽는다면 아시아 진출 국가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사에서도 한국을 '매력 없는 시장'으로 분류해 사업 확장이 더욱 어렵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터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8월 NHN의 단문 블로그 미투데이의 방문자는 314만명으로 반년 전 대비 1939% 증가했지만 미국의 트위터는 101만명으로 같은 기간 1441% 증가율을 보이며 주춤하고 있다.


패션업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제일모직의 '빈폴'은 지난 2001년 런칭 12년만에 '폴로'를 제치고 국내 트래디셔널 캐주얼군에서 1위를 차지했다. 토종 브랜드가 '폴로'를 제친 것은 유래없는 일이다. 이밖에 해외에서는 선전하고 있는 일본 브랜드 OZOC나 TES도 우리나라에서는 매장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일본 현지에서 '톱 5' 안에 드는 타이세이 건설은 2000년 국내 지점을 설치한 이래 단 한건의 수주 실적도 올리지 못한 채 최근 국내 사업을 철수한 바 있으며 까르푸와 월마트, 코카콜라가 각각 이마트와 롯데칠성에 밀려 참패를 겪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적' 제품과 마케팅 전략으로 무장해 한국시장을 다시 노크하는 기업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유제품 업체인 다논은 지난 1990년 두산과 손잡고 국내에 진출했지만 시장 정착해 실패해 1996년만에 한국에서 철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생산설비와 R&D 센터를 갖추면서 다시 국내 발효유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과 LG의 기세에 밀려 '세계 1위'의 자존심을 구긴 노키아도 최근 판매량을 늘리며 선전하고 있다. 출시 초기 판매가 부진했던 6210s의 판매량이 서서히 증가하면서 3만5000여대를 넘어섰다. KT는 4만여대의 재고가 소진됨에 따라 2만여대를 추가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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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품 가전'으로 통하는 밀레의 경우 한국인들의 식습관을 고려, 수저 전용 바구니를 설치한 한국형 식기세척기가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원 기술산업실 연구원은 "외국 기업들의 한국 사업 실패는 규제에 따른 불이익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소비 패턴과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소비성향이나 구조, 거래 형태 등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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