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함정선 기자]누구나 한 번쯤 투명한 유리병에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적은 편지를 말아 넣고 코르크 마개로 봉한 뒤 바다로 던져버리는 상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유리병 편지는 망망대해를 떠돌다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읽힐 수도, 그대로 잊혀질 수도 있지만 편지를 적어 바다에 띄운 이에게는 그 자체가 하나의 위안이다.

이 같은 유리병 편지의 감성을 디지털로 옮긴 프로그램이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물병편지'라는 제목이 붙은 이 프로그램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적어 봉한 뒤 보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가 적은 편지를 받아볼 수도 있도록 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먼저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설치하면 철썩이는 파도와 모래사장이 나타난다. 조금만 기다리면 편지를 넣은 물병이 해안가로 밀려 들어온다. 이 물병을 클릭하면 누군가 적은 편지가 화면에 나타난다. 그냥 읽어보기만 해도 되고 편지에 답장을 적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 내가 물병편지를 보내려면 물병편지 쓰기 버튼을 눌러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뒤 바다로 띄워 보내면 된다.

이 기발한 프로그램은 현재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세상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점,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 등 익명성을 기반으로 나름의 살아가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하나의 주제나 사건에 대해 댓글처럼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어 무작위로 채팅을 하는 기분도 한껏 즐길 수 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물병 편지에 사랑에 대한 아픔이나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고 있는 자신의 고민을 적은 글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를 떠다니다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읽혀지고 있다는 것이 묘한 쾌감을 주는 지도 모르겠다. 가끔 자신이 적은 물병편지가 인터넷을 떠돌다가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고민이나 이야기에 답변이 달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도착한 편지를 제때 읽지 않으면 젖어서 읽을 수가 없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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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병편지를 만든 제작자는 늦은 휴가를 떠나 혼자 해변에 앉아 있다가 그때의 심정을 종이에 담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이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살려 디지털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한 네티즌은 "장난스러운 글들도 적지 않지만 서로의 고민을 듣고 위로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적었다.

함정선 기자 m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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