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기훈 기자] 중국과 일본이 동아시아 공동체 구성에 나섰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와 정치적 통합을 목적으로 한 동아시아 공동체 설립안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여행비자 면제와 공공 의료, 에너지 및 환경 관련 정책 등이 포함됐다고 텔레그라프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공동 통화 창설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의 '미니 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 조약 비준 동의안이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통과, EU의 정치통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동아시아 최강국인 중국과 일본도 미국과 유럽에 대항할 수 있는 아시아 지역통합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140여 년간 불편한 관계를 이어 온 양국의 관계 진전에는 50년만의 일본 정권 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의 집권이 주효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신임 일본 총리는 총선 승리 이전부터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에서 탈피하겠다고 주창해 왔다. 그는 주체적인 외교 전략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재정립하는 한편, 미국 중심의 외교 전략을 아시아 중시 전략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 든든한 동맹국 역할을 자처해 온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토야마 총리는 동아시아 공동체 설립을 위해서는 한·중·일 3국간의 첨예한 문제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역사 교과서 문제의 해결에도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정치적인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전 세계 국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며, 중국의 경우 현재 3위 수준이지만 향후 몇 년 내로 일본을 제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경제대국 중 하나인 한국 등이 경제 교류를 확대하게 되면 아시아의 경제 영향력은 미국과 유럽 등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


로버트 두자릭 일본 템플대 일본학 연구소장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해 "일본이 동아시아 내 리더십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를 호전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공동체 논의를 통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공고히 하고 영토 관련 현안의 해결을 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동체 구성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의견 차이가 있으나 중국과 일본 정부 모두 공동체의 필요성은 인식한 상태다. 다만, 국내 여론은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다. 과거 식민지와 통치 국가로 적지 않은 세월을 보낸 만큼 이에 대한 역사적 앙금도 문제다.


중국 인민일보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2는 아시아지역의 통합에 대해 찬성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통합 과정이 중국 공산당의 주도로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학계와 현지 언론은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에서 공동체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저우융성 중국외교대학 교수는 "일본은 처음부터 공동체 구성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중국과 일부 신흥국에 기대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일본 국민 역시 중국과의 관계 증진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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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정부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논의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가진 중-일 정상회담에서 하토야마 총리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동아시아 공동체 설립을 제안한 것을 비롯해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무상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도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동아시아 공동체의 필요성을 함께 역설한 바 있다.


오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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