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원달러값이 자꾸 하락하니까 요즘은 자고 나면 밑지기 일쑤야. 매매가 거의 없어 죽겠어"


29일 오후 3시께 서울 남대문시장 A상가 도로변에 모인 암달러상들이 삼삼오오 모여 신세한탄을 늘어놓고 있다. 남대문 인근에서만 10년 넘게 환전을 해주고 있다는 이모 할머니는 지나가던 외국인들의 소매를 붙잡고 현란한 외국어 실력을 뽐내며 호객에 나서보기도 하지만 정작 이들은 관심없다는 듯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제갈길을 갔다. 이 모 할머니 옆에 10미터쯤에는 나른한 날씨로 꾸벅꾸벅 조는 암달러상들도 쉽게 눈에 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남대문과 명동 등 암달러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하루에만 전날보다 10원이나 하락하는 등 일주일 새 17.8원이 급락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하락 추세다. 이렇다 보니 암달러상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것이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한푼이라도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를 팔만도 한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비싼값에 달러를 샀던 사람들이 최근 환율 하락으로 인해 손해를 보며 팔기를 꺼리는 것으로 관측된다.


1달러라도 더 환전하려는 마음에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60대 후반의 한 암달러 할머니는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하루 풀칠하기도 힘들어. 그나마 일본 관광객의 엔화 환전으로 버티고 있는 거야"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9년 경력의 50대 중반 달러상 역시 "아침에 나와 지금까지 5000원 벌었어. 요즘은 달러는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거의 없어. 100달러나 200달러를 바꾸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야"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주로 외국인 관광객이나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 뿐 고액을 거래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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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옆 암달러상에게 500달러를 환전하고 있는 K씨에게 "은행에서 바꾸지 왜 여기서 바꾸냐"는 말에 "은행보다 편리하고 가격도 많이 받기 때문"이라며 "요즘 추세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달러를 팔러 나왔다"고 했다.


주요 경제연구기관에 따르면 향후 원.달러 환율은 1150원까지 추가하락도 점쳐지고 있다. 하루 하루 1∼2만원 벌기도 힘들다는 푸념에는 다소 과장이 섞여 있다고 보더라도 한가위 후 찾아올 초겨울 ‘찬바람’이 이들에게는 ‘칼바람’으로 느껴질 수 있어 보인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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