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현직 논설실장] 정부는 총지출 291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재정 지원을 통한 경제 활력 유지와 악화된 재정건전성 회복 등 상충하는 두 과제의 조화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아직 글로벌 경제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서민생활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보다 2.5%가 늘어났고 추경까지 반영한 예산 301조8000억원에 비하면 3.3% 줄었지만 여전히 재정 역할이 강조된 것으로 해석되며 예산의 효율성과 재정건전성에서는 미흡해 보인다.

정부는 올 예산에서 소홀했다고 지적받은 복지예산을 늘려 증가율이 8.6%로 총지출 예산 증가율 3배가 넘었고 총지출의 27.8%를 차지하는 등 역대 최고 비중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기초생활 보장이나 무상 보육지원 등 서민층을 위한 사업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율은 참여정부 시절 연 평균 증가율 10.1%에 못 미치는 것이며 또 복지예산의 순증가분 6조4000억원에도 사회고령화에 따른 대상자와 급여 확대 등 경직성 예산이 대부분이다. 공적연금과 실업급여,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등의 자연증가분이 3조원에 이르며 보급자리주택 지원 예산 2조6000억원도 포함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서민의 삶에 투입되는 예산 증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또 내년 예산의 최대 관심을 끌었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24조8000억원으로 0.3% 늘었지만 4대강 살리기 예산 3조5000억원을 빼면 오히려 13.8%가 줄어들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기우가 현실로 나타났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다시 부활되는 지역 사업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우려된다. 4대강 살리기 예산도 전체 6조7000억원 사업비는 그대로 유지하되 정부 예산에서 52.5%만 투자하고 나머지 3조2000억원은 수자원공사가 조달토록 해 공기업의 적자 가중과 상업성 시비가 불 보듯 하다.


무엇보다도 문제인 것은 재정건전성의 악화다. 올해 51조원에 이어 내년 32조원의 재정적자를 내면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36.9%인 407조원을 넘게 된다. 국가채무는 2000년 111조4000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04년 203조1000억원을 기록하더니 이명박정부 첫해인 지난해 308조3000억원으로 300조원을 넘고 2년 만에 100조원이 불어나는 수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내년 국채 이자만해도 20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당분간 확잔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해 재정수지 악화는 감수해야할 사항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4% 기록한 뒤 2011년 이후 3년간 5% 경제성장을 전제로 했는데 내년 하반기 이후 세계 각국이 출구전략을 본격 시행하면서 긴축 재정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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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재정은 한번 늘어나면 그 폭을 줄이기란 쉽지 않다. 가정 살림에서도 그렇듯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려야 한다. 먼저 숨어있는 중복 예산을 찾아 낭비를 없애고 국민 모르게 새나가는 예산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얼마 전 검찰이 밝힌 국고 횡령비리를 보면 불과 1년여 사이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이 개인 쌈짓돈처럼 빠져 나갔다.


공무원부터 대학교수, 군인, 농민까지 각종 지원금과 보조금을 도둑질했다. 또 세입증대에도 힘써야 한다. 경기회복으로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용이하지 않으면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고 기존의 조세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내년 감세규모는 13조원에서 22조8000억원에 이른다. 소위 '부자감세'라 불리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부동산 관련세제에 대한 개정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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