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나주석 기자]
'불이 난 집에 아이가 있다'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주변에 있는 사람이 그 아이를 구해야 할 법적인 책임은 없다. 불이 난 집에 들어가 아이를 구하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이가 '내 가족'인 경우에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관계는 다른 여타의 사람과의 관계와 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pos="L";$title="";$txt="";$size="150,232,0";$no="2009092509323182503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책 '마이 시스터즈 키퍼-쌍둥이 별' 마치 불이 난 집 안에 아이가 남아 있는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한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한 가정에 백혈병에 걸려 아픈 여자아이가 있다. 의사는 넌지시 그 아이를 살리기 위해 맞춤 동생을 낳을 것을 권했다. 부모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완전 맞춤이 되는 여자 동생을 낳았다. 동생은 태어나자마자 제대혈을 언니에게 주는 것을 시작으로 림프, 골수에 이르기까지 각종 희생을 요구받았다. 그러던 아이가 변호사를 찾아가 "언니에게 신장을 주지 않겠다며 자신을 변호해달라"고 말한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으로 가서 법의 판결을 기다리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아무리 소송이 많은 미국이라지만, 이건 상상의 정도가 지나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또한 ‘그래도 가족인데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신장은 하나만 있어도 된다고 하니 사경을 헤메는 언니에게 줘야 하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에서부터 ‘낳자마자 언니를 위해 희생만을 요구받았던 아이에게 이제 더 이상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장기를 주지 못하겠다는 아이가 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대강의 정황 말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 앞서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를 먼저 접했다. 심야 영화를 봤던 터라 영화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여기저기에 뜨문뜨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야기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으려니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극장 안이고 또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는 탓에 코를 훌쩍이는 사람은 방향으로만 가늠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뒤쪽에서, 좀 지나니 옆쪽에서, 나중에는 앞쪽에서 들려왔다. 최루성 영화는 아니지만, 아픈 아이를 둘러싼 가족 이야기인 탓에 사람들 마음이 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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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봤던 탓에 책을 봤을 때에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스포일러가 된 처지였다. 창구효과라는 말이 문화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때인지라,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매체를통해 볼 수 있는 시대를 살다보니, 영화를 먼저 보거나 아니면 책을 먼저 보는 것은 다른 매체를 통한 감동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했다. 한데 책으로 보는 것은 사뭇 달랐다. 영화는 2시간의 서사 구조 속에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데 반해 책은 구체적인 상황과 배경, 인물들의 세세한 이야기 속에서 책 속의 가족들이 겪게 되는 가족들의 상황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영화 속에서는 간간히 나왔던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 이들인지, 각각의 가족이 서로를 향한 마음이 얼마나 강한지가 보다 내밀하고 살뜰하게 다가왔다. 또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삶의 구체성은 삶의 애매함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희생과 이기적인 마음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 나를 위한다는 것이 또한 다른 사람을 위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때로는 가족이 버겁기도 하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다. 그건 달리 어쩔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내가 누군가라고 하기에 앞서 나는 누군가의 형이었고 동생이었으며,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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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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