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맺어왔다면, 당사자들의 기존 혼인 관계가 해소된 뒤 이어진 관계도 정당한 사실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성지용 부장판사)는 A(57ㆍ여)씨가 "남편 사망에 대한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국방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만약 '사실상 배우자' 외에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법률상 배우자와 사이에 이혼의사가 합치돼 법률혼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사실상 혼인관계가 해소돼 이혼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상 배우자가 유족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와 B씨 본처 사이에 법률상 혼인관계를 해소하려는 합의가 명시적, 묵시적으로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법률혼 관계를 이혼 상태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면서 "이렇게 보지 않는다면 '중혼금지' 원칙 아래에서 예외적으로 인정받는 사실혼이 자칫 법률혼을 '사실상 이혼상태'로 만들어 무력화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미 결혼을 해 세 자녀를 둔 상태였던 육군 장교 B씨와 1979년부터 동거하며 아들 두명을 출산하고 함께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등 불법 사실혼 관계를 맺었고, B씨는 1981년 중령으로 전역해 퇴직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B씨는 본처가 사망한 뒤 2년이 흐른 1998년 4월(당시 61세) A씨와 새로 혼인신고를 하고 A씨가 낳은 자신의 두 아들과 본격적으로 함께 살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났다.


이후 A씨는 자신이 B씨와 사실상 혼인관계를 맺어온 배우자이므로 그에 대한 유족연금을 지급해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는 유족에서 제외된다'는 법 조항을 이유로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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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A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자도 유족에 포함된다'는 같은 법 조항의 문구를 근거로 "B씨 본처가 사망한 1996년부터는 적법한 사실혼 관계였으므로 유족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 관계자는 "불법적인 '중혼적 사실혼'은 절대 보호해선 안 된다는 예전 대법원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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