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주도로 5년간 25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감세로 경기부양에 나섰던 정부가 윤증현 장관을 맞아 1년 만에 감세대신 비과세, 감면의 대폭 축소로 세수확보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해 각종 부동산세를 비롯해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를 통해 투자확대와 소비유도를 통해 경기부양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부자만을 위한 감세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그러나 2009년도 세제개편안을 통해서는 감세나 증세 등의 공세적인 조치보다는 비과세, 감면 등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세수증대를 기하기로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행보와 궤를 같이 하듯 이번에는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부동산 임대사업자, 현금거래와 소득파악이 어려운 학원 등 사업장에게 특례제도를 없애고 부가가치세를 부과키로 했다.
◆재정적자 51조 건전성 악화...큰 도움은 안될 듯
윤증현 장관은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제일 고심하는 부분이 '성장잠재력이 저하되지 않도록하고 경기회복을 가속화시킬 것인가이면서도 동시에 재정건전성을 어떻게 확보하는 것인가'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재정적자가 5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또다른 감세 카드를 내놓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이미 결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세제개편 과정에서 비과세제도와 감면제도를 무분별하게 남발한 데 대해서는 국가재정법에 위반된다는 주장마저 제기됐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08년 세제개편안 분석' 보고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인해 국세수입 기반이 약화되는 가운데 국세 감면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축소ㆍ폐지되는 비과세ㆍ감면에 비해 신설ㆍ확대ㆍ일몰연장되는 비과세ㆍ감면 규모가 더 크다"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도 만큼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과 부합하고 조세감면 규모를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조세와 재정지출의 총량을 통제하는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통해 두 가지 목표를 정했다. 하나는 과세 정상화를 위해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 부동산 임대업자 등의 과표양성 제도를 개선하는 것. 둘째는 재정건정성 회복을 위해 고소득자 대법인에 대한 각종 특례제도를 중심으로 비과세, 감면 제도를 축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수확보로보면 긍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 정부가 추정한 이번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효과는 2012년까지 10조5000억원. 내년 증가분 7조7000억원 가운데 채권이자소득 법인세 원천징수분 4조8000억원을 빼면 3조원 남짓 밖에 안된다.
지난해 세제개편에 따른 내년 세수감소분(13조2000억원)과 이번 세제개편의 세수 증가분(7조7000억원)을 감안하면 전체 세수는 올해 대비 5조5000억원 줄게 된다.
◆ 고소득 전문직 혜택없어지고 세금폭탄.. 처벌도 강화
개편안은 특히 고소득전문직,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탈루, 탈세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30만원 이상 거래시 영수증 발급 의무화는 물론이고 위반사실 신고자에게 해당 미발급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즉 성형외과의사가 수술비 500만원을 약속하고 100만원만 카드결제로 나머지는 영수증없이 현금받았고 직원이 이를 신고할 경우 4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된다. 적용대상은 지금까지 과표양성화가 취약한 고소득 전문직종을 망라해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건축사 법무사 감정평가사 관세사 등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그리고 입시학원과 골프장, 장례식장, 예식장 등이 해당된다.
조세포탈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정부는 현행 3년 이하 징역 또는 3배ㆍ5배 이하 벌금으로 획일된 것을 2년이하 징역 또는 포탈세액 2배이하 벌금으로 인하했다. 대신에 "포탈세액 3억원이상, 납부세액 대비 포탈세액 비율 30% 이상" "포탈세액 5억원 이상" 일 경우 3년이하 징역 또는 포탈세액 3배이하 벌금으로 가중키로 했다. '상습범'인 경우 상기 형의 2분의 1을 가중처벌키로 했다.
변호사에 대해서는 법원으로부터 수집되는 소송 수임자료에 보석ㆍ영장기각ㆍ구속취소 여부를 구분ㆍ표시해 형사사건 수입금액 파악에 활용키로 했다. 세무사ㆍ관세사ㆍ변리사 등에 대해서는 현재 수집되고 있지 않는 조세심판원, 특허심판원 등 심판관련 수임자료도 국세청에 통보되도록 신설했다. 고소득 전문직의 수입금액명세서 미제출 등에 대한 가산세 강화(0.5%→1%)
지금까지 급여수준에 상관없이 연 50만원까지 공제해주던 근로소득세액공제 대상에 총급여 1억원 초과자를 제외하기로했다. 이들은 전체 근로자의 1%, 16만명으로 추산된다. 문턱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총급여 8000만원부터 500만원 증가시마다 세액공제한도를 10만원씩 축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총급여 1억원 초과자의 경우 1억원 초과분에 대한 근로소득공제비율도 현행 5%에서 1%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고교, 대학상 자려는 둔 4인 가구 기준 총급여 1억2000만원의 근로자의 세부담은 1142만원에서 1217만원으로 75만원 늘게 됐다. 다만 지난해 소득세율이 인하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순수 세부담은 172만원이 줄어드는 효과를 갖는다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임투세 등 기업 특례폐지..가전제품 등 물가, 전세금 인상 우려
전문가들은 비과세 감면이 대폭 축소되고 소득세, 부가가치세가 신설되는 것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집단반발과 실행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장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전세보증금에 소득세를 물리는 개정안은 전셋값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쌍꺼풀, 코높이기 수술, 지방흡입술 등 미용성형수술비가 부가가치세로 전환되면서 수술비용이 동반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무도학원, 운전학원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시행될 경우 10%의 부가세에 대한 부담을 사업주가 학원비를 인상하면서 고객에 전가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교습료 등이 구청 등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더라도 별도의 항목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 3년 이상의 장기주식형펀드,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도 대폭 줄어들어 고객들의 불만도 예상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의 경우 현재 비과세ㆍ소득공제의 2중적 혜택 비용이 아닌 저축액에 대해 소득공제하는 것은 과세원리에 맞지 않다"면서 "더구나 저축으로 마련한 자금을 향후 주택마련에 사용했는지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주택마련과 무관한 일반 저축상품이라는 판단이다.
개별소비세 부과에 대해서는 대한상의와 가전업계 등이 이미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4월 출고분부터 에어컨, 냉장고, TV, 드럼세탁기 등 대용량 에너지 다소비 품목에 대해 개별소비세가 5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세율은 5%로 확정됐다. 이에 따른 평균가격 인상은 제품당 15만원 안팎이다. 정부는 개소세 부과로 늘어난 재원으로 소형 선풍기 등 저소득층이 에너지고효율 제품을 구매하는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가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들 품목 대부분 신혼부부들의 혼수비용 상승과 함께 인상분을 저소득층의 제품구매에 지원한다는 정부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를 위해 기계장치 등에 투자할 경우 일부를 법인세 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1982년 도입 28년만에 올해로 종료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감면의 주된 수혜대상이 대기업이고 특히 10대 대기업이 전체의 54%의 수혜를 입고 있고 단순보조금 성격에 지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제도가 없어지면 1조5000억원의 세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수혜를 입는다는 논리나 보조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존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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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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