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선수들 3부투어서 '구슬땀' 흘리며 '내일을 기다려~'

 3부투어 선수들이 그린에서 퍼팅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버디를 잡아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하우스캐디 한명이 4명을 보조한다. 사진=KLPGA제공

3부투어 선수들이 그린에서 퍼팅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버디를 잡아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하우스캐디 한명이 4명을 보조한다. 사진=KLPGA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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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내일은 스타~'


지난 6일 충북 청원 그랜드골프장. 뜨거운 태양 아래 선수들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코스 곳곳에는 또 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3부투어인 점프투어의 한 단면이다. 갤러리도 없는 가운데 묵묵히 샷을 날리는 '그들만의 리그' 속으로 들어가봤다.

▲ 골프인생의 첫 관문= KLPGA투어 대회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정규투어와 2부투어(드림투어), 3부투어, 그리고 노장들이 출전하는 시니어투어다. 3부투어가 가장 하위리그인 셈이다. 여기서 성적이 좋아야 2부투어나 정규투어로 진입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관문은 좁다. 상금왕, 다시말해 딱 한명에게만 이듬해 정규투어 시드가 주어진다. 총 12개의 대회는 4개 대회씩 3개 블록으로 나뉘고, 블록마다 평균 74타 이내를 기록한 상위 4명의 준회원에게는 정회원 자격을 준다. 이런 이유로 3부투어는 '테스트' 성격이 짙다. 전동카트를 타고, 하우스캐디 1명이 4명의 선수를 보조하는 것도 정규투어와 다른 점이다.

▲ 3무(三無)의 세계= 3부투어에는 3가지가 없다. 먼저 '화려한 쇼'를 찾아볼 수 없다. 버디 세리머니도 없고, 갤러리도 없다. 부모들도 당연히 코스에 들어갈 수 없다. 1번홀 티 박스 주변이나 18번홀 그린 근처 그늘은 그래서 부모들 차지다. 이들은 자녀의 선전을 기원하며 속을 태운다. 한 부모가 텅 빈 담뱃갑을 꺼내 보이며 "오늘 아침에 산 건데 벌써 다 피웠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스폰서가 없다. 올해 3부투어 시드권자 120명 중 기업의 후원를 받는 선수는 한명도 없다. 이들은 지인의 소개로 용품을 싸게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다. 이번 대회에서 안송이(19)가 이글을 기록해 캐디백을 부상으로 받자 주위 부모들은 "허허, 경비는 조금 챙겼네"라며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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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번 5차전 우승컵은 홍진의(18ㆍ청암고3)에게 돌아갔다. 지난 6월 정회원이 된 후 2달 만에 첫 우승을 거뒀으니 속도가 빠르다. 평소에는 외할아버지가 대회장을 따라다니지만 이번에는 교사인 어머니 김경숙(49)씨가 방학을 맞아 모처럼 딸의 경기를 보러왔다. 홍진의는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해 내년에는 반드시 정규투어에서 뛰겠다"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지난 4월 세미프로가 된 임수지(17)는 원래 고향은 제주지만 지난해부터 경기도 용인에서 생활하고 있다. 임수지는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1인자가 되고 싶다"며 조급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들만의 '조촐한 시상식'이 끝나자 선수들이 썰물처럼 대회장을 빠져나가고, 소나기가 쏟아졌다. 선수들이 여기서 겪는 고난의 시간들이 한 여름 소나기처럼 더위를 식히며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청원=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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