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달러 흔들기'를 일삼지만 실상 '달러의 덫(Dollar Trap)'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국채의 투자 안정성을 거론하며 오바마 행정부를 긴장시키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매입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 중국은 과연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지난 10년 동안 수출 주도의 고성장을 유지한 결과 중국은 2조 달러를 웃도는 거대한 외환보유액을 쌓아올렸다. 이 가운데 달러화 자산 비중이 65~70%에 이른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외환보유액 자산을 다각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거나 달러화 의존도를 줄일 것이라고 언급할 때마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장 애널리스트는 기축통화를 갈아치워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을 단순한 교란 행위로 간주한다. 중국의 속내는 달러화 가치 하락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기축통화에 관한 발언 역시 미국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오히려 최대 채권 보유국으로서 금융시스템을 강화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뉴욕멜론은행의 전략가 시몬 데릭은 중국이 달러화 자산을 공개시장에서 대량 매각할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팔자'에 나섰다가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중국 자신이라는 것.
그는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적인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최선의 전략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중화권을 필두로 위안화의 통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그 첫 단추라 할 수 있고, 이는 장차 몇 년을 내다보고 추진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5월 달러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을 때 가장 크게 늘어났다. 달러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중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자극했고, 이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상을 제한하려는 중국 정부의 개입이 만족할만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정책자들이 달러화의 덫에 걸려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했다. HSBC의 추홍빈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달러화의 덫에 빠졌다는 공감대가 중국 당국자들 사이에 널리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격상시키려면 우선 국제무역과 금융 거래에서 위안화 거래를 늘리고 달러화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상하이와 광저우를 포함한 5개 도시와 홍콩에서 위안화 무역 결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위안화 무역 결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은 한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통화 스왑을 체결했고, 일본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도 통화 스왑 체결을 논의중이다.
추홍빈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 강화가 예상보다 급진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3~5년 후면 이머징마켓에서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양자 무역은 위안화로 결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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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도 없지 않다. 위안화 무역 결제를 확대하기 위한 통화 스왑은 전체 무역 규모를 감안할 때 '조족지혈'이라는 지적이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무역흑자보다 더 빨리 증가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며 "달러화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무역이 아니라 외국인직접투자(FDI)와 투기 자금의 유입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외환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더 깊은 함정에 빠져들지 않기 위한 묘책이 될 수 있지만 값싼 노동력을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위안화의 입지를 강화하기는 힘들다"며 "최근 미-중 간의 통화 정책 논란은 정치적인 색채가 더 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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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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