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왓슨이 연출한 '한여름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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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나 미국에서 열리는 골프대회가 국내에 중계된 지 벌써 10여년이 지난 것 같다. 사실 타이거 우즈라는 걸출한 스타가 나온 이후 골프경기를 관전하는 흥미(?)는 되레 줄어든 감이 없지않다. 원맨쇼에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골프가 대중화됐다는 것은 직접 플레이하는 인구가 늘었다는 것도 있지만 골프 경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인구도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 주에 열린 제 138회 브리티시 오픈 경기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인생을 사는 훌륭한 교훈을 얻은 철학서 한 권과도 같았다. 중계 방송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린 중년이 많았을 것이라는 짐작도 그래서 가능하다.

1라운드를 시작으로 3라운드까지 선두를 지킨 우리나라로 61세의 골퍼 톰 왓슨을 바라보던 시선은 첫날 '응 노인네가 왠일로....'에서 '정말 그가 우승해서 143년 프로골프 역사를 다시 쓰는 계기가 됐으면 좋을텐데'로 바뀌었다.


사실 4라운드를 보기위해 거의 밤을 지낸 필자도 마지막 연장전이 끝난 후 '다른 대회처럼 서든 데스 방식이었다면 그가 분명히 이겼을텐데', '연장전이 다음날 열렸다면 그가 분명 클라렛저그(브리티시오픈 우승컵)를 품에 안았을텐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아쉬움으로 그치기에는 그의 2등은 너무나 값진 것이었다. 우승자 스튜어트 싱크가 "제가 우승했지만 조연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도 그 의미를 더해주는 얘기일 뿐이다. 외신들도 싱크가 노장의 꿈을 무산시켰다고 왓슨의 패배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왓슨의 2등은 요즘 같은 경제 위기를 살아가는 세계인에게 너무나 큰 교훈을 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가장 큰 의미는 희망이다. 모두가 외면하고 도저히 현실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벌일 능력이 인간에게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아들이나 손주 뻘되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가능성에 도전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우리사회는 이미 4050세대가 퇴물로 취급받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하지만 왓슨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이번 대회가 열린 턴베리 코스)에 집중했다. 실직의 위기를 이미 겪거나 그같은 공포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4050에게 왓슨은 희망의 메시지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가 자신만의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지킨 점도 본받을 교훈이다. 자로 젠듯한 드라이버에 이은 아이언 샷은 최소한 그린 주변에 이르렀고 그가 갈고닦은 롱퍼팅은 '파 세이브'로 연결됐다. 실제로 그는 "마스터스에는 들러리가 될까봐 더 이상 출전하고 싶지 않다. 완벽한 샷을 날릴 준비가 된 대회만 출전하기로 했고 이번이 그 대회였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리스크 관리가 잘 됐기 때문에 2등이라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떠한가. 현재의 상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우리가 갖고 있는 최고의 역량에 모든 가능성을 집중했는 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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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믿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되는 교훈이다. 모두가 1라운드의 해프닝(?)에 그칠 것으로 비웃을 때 그는 차근차근 2~3라운드를 준비했고, 마침내 마지막 날 모든 이들이 그의 우승을 기원하도록 만들었다. 3라운드 동반자 마르코가 18번홀로 들어서면서 환호하는 관중이 주는 메시지가 "당신이 마치 스코틀랜드 왕같다"고 표현했다는 바로 그 의미.


왓슨은 우리를 자문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믿는가', '우리는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가', '우리가 만든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는가'와 같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왓슨이 연출한 '한여름 밤의 꿈'은 그래서 전설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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