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이 이미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말이다. 그가 중시하는 시장 지표 중 하나인 리보-OIS 스프레드는 최근 33bp까지 떨어졌다. 그린스펀이 '정상 범위'라고 지칭하는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그런데 지표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신용시장이 정말 '정상'에 근접했을까.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간단치 않다. 시중 유동성이 불어났지만 가계와 기업의 신용경색은 여전하다.


월가에서는 그린스펀이 한 가지만 제대로 짚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중 유동성이 늘어난 것만 봤을 뿐 신용시장의 실상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

신용경색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7년 가을이다. 주택시장이 폭락하고 모기지 채권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촉발된 것. 그리고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신용경색은 유동성 위기로 번졌다.


2007년 8월 신용경색이 불거지기 전 리보-OIS 스프레드는 4년 평균 11bp에 머물렀다. 그리고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직전 85bp까지 상승한 스프레드는 이후 365bp까지 가파르게 치솟았고, FRB가 유동성 공급에 나선 후에야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스프레드는 자금 시장이 얼마나 원활하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다. 때문에 천정부지로 치솟던 스프레드가 '정상' 수준에 가깝게 떨어진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런데 지표에서 드러나는 것과 달리 실물 부문에서 신용경색이 여전한 것은 왜 일까.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했고, 가계 신용 연체율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주택 압류 상승 추세도 여전하다.


여신 회수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 은행이 '돈줄'을 푸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 은행 역시 부실 자산으로 인한 손실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한 상태다. 단순히 시장 유동성이 증가했다고 해서 금융권이 건강을 회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당분간 금융회사가 흑자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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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도 없지 않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는 저금리에 힘입어 금융시스템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과거와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고에 눈길이 쏠린다.


금융시장이 회복된다해도 2007년 가을 위기가 수면위로 부상하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적어도 금융업종에 한해서는 '정상'의 개념이 새롭게 정립될 가능성이 짙고, 과잉 유동성을 양산하는 '돈잔치'에 취할 기회를 다시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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