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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골프장이 아닌 텃밭으로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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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어스름,
고급 외제 승용차 안에서 트레이닝을 입은 건장한 60대 남자가 내렸습니다.
그는 익숙한 동작으로 온갖 야채들이 쑥쑥 자라고 있는 텃밭 속으로 성큼
들어섰습니다. 그리곤 목에 수건을 두르고 밀짚모자를 쓰고, 익숙한 동작으로 밭 사이를 오고가며 잡초를 뽑기도 하고 수확해 갈 상추를 땄습니다. 그의 얼굴에선 이내 굵은 땀방울이 떨어졌습니다. 골프채를 들고 필드를 누비면 훨씬 어울릴 텐데, 그는 왜 텃밭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일까요.

겉모습만 봐선 60대로 보이지만 실제 그의 나이는 6~7살 많은 게 분명합니다. 요즈음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보고 단번에 나이를 맞히는 건 검은 봉투 속에 들어있는 물건을 맞히는 것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각설하고 왜 중장년층들이 텃밭으로 가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퇴직 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골프를 치거나 여행을 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사회에 복귀해 예전처럼 활동을 하고 싶지만 그건 그야말로 소망일뿐입니다.

이런 가운데 농사짓는 건 어렸을 때 봐왔던 익숙한 풍경입니다. ‘잘 할 수 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작은 텃밭을 분양받아 가꾸다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수확한 채소를 자녀들에게 보낼 땐 간만에 부모 노릇, 할미 노릇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해집니다.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게 다행이고 즐겁습니다.

선진국 노인들에게 가드닝(gardening)이 가장 좋은 취미로 꼽힙니다. 자신의 정원을 설계하고, 나무와 꽃을 돌보고, 그것이 나날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즐거움이자 보람 있는 노동입니다. 그리고 정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람들과의 소통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해외 선진국의 시니어쇼핑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가드닝 도구들입니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재배하는 수확물 경진대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가드닝, 채소가꾸기 등과 관련된 책도 꾸준히 나옵니다.

시니어들의 자연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 선호는 좀 더 활성화될 다음 트렌드가 아닐까요. 전원주택과 블루베리 농장을 함께 분양하는 부동산 상품이 히트 상품이 되고 텃밭이 딸린 별장인 클라인 가르텐 등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립니다.

나이 들면 직장에서는 퇴직하지만 평균수명의 증가로 살아갈 날이 길게 남아있고 스스로 젊다고 느끼는 장년층 의식의 변화로 Active senior life를 제안하는 주거, 취미, 제3의 공간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것입니다.

건강, 돈, 친구 삼박자를 갖추어야 하는 골프는 노년 생활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취미입니다. 텃밭 가꾸기는 시간이 많고 아침잠이 없는 퇴직 후 남성들에게 꼭 좋은 취미생활입니다. 더욱이 자녀들에게 선물할 수확물도 생기고 ‘농사’ 얘기로 대화거리가 생기니 이보다 좋은 ‘Life-Work’는 없을 것입니다.

리봄 디자이너 조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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