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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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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문이 ‘해외유학 중간평가’라는 기획기사를 다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유학은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유학을 보내지 않은 집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너도나도 자식들을 해외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학 열풍’을 접하면서 내심 유학만 가면 성공이 보장되는 것인가 궁금합니다.



‘가치’라는 것은 희소성을 동반합니다. 다이아몬드가 가치가 있는 것은 그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유학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습니다.



국내로 돌아온 유학파를 보면서 도피성 유학생은 아니었나? 제대로 된 학교를 다니긴 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배경에는 유학생이 너무 흔하고, 그들에게 기대했던 탁월한 역량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국내 여건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언론에서는 해외유학에 대한 중간평가를 ‘절반의 성공’ 으로 바라봤습니다. 유학이 흔하지 않던 시대에는 유학을 가면 대부분 성공이 보장됐습니다. 유학생들이 한국사회에 기여한 바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됐기 때문에 꼭 유학이 아니더라도 해외문물을 배울 수 있게 됐고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지구촌이 돌아가는 것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번 분석결과를 토대로 유학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입니까. 단순히 영어를 잘할 수 있다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세상도 아니고 유학을 떠나야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유학을 통해서만 자녀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자녀를 유학 보내는 것은 한 가정의 생활패턴을 변화시키는 일대 사건입니다. 그리고 한 가정의 변화는 또한 사회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단지 유학생 개인의 성공, 실패만이 아닌 유학생의 증가가 불러오는 사회적 변화 또한 짚어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유학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대학 4학년 학생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3분의 2 정도가 ‘유학을 가겠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대부분 ‘부모님이 원해서’라고 답했습니다. 놀랄만한 일이지요.



그 후 얼마 지나 영국으로 유학을 간 한 학생에게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유학은 왔는데 하고 싶은 공부가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메일을 읽으면서 그런 고민을 하는 학생이 비단 이 학생뿐이 아니란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가 기대하는 유학과 자식들이 생각하는 유학은 절대 같지 않습니다.



의류판매업을 하는 50대 중반의 여성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외동딸을 중학교 때 영국으로 유학 보냈다고 합니다. 목표가 뚜렷하고 의욕적인 딸은 부모와 떨어진 생활을 잘 견뎌냈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합니다. 부부는 딸 뒷바라지 하는 보람에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았다고 합니다. 졸업을 앞둔 딸이 한국에 와서 잠시 영어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합니다. 부모는 내심 첫 월급을 받았으니 키워주느라 고생한 부모에게 속옷 같은 선물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딸은 속옷은커녕 영국으로 돌아가기 바빴다는군요.



너무 섭섭해서 얘기를 했더니, 자신은 한국에 그런 풍속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하더랍니다. 대외적으로는 참 자랑스럽기만 한 딸이지만 엄마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살가운 딸은 잃어버린 것입니다.



유학을 보내는 순간, 자식에 대한 한국적 기대는 버려야 했다며 이제라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곳에서 공부를 했으니 사고가 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얼마 전 유료노인요양시설에서 만난 곱게 생긴 한 70대 할머니도 미국으로 유학 갔다가 그곳에 정착한 아들이 한명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 산다고 그 할머니가 자녀와 함께 산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유학을 보낸다는 것은 일찌감치 자녀의 손을 놓아주는, 서로가 독립적이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실용적이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무책임하게 노후 준비도 제대로 안 하셨어요?’ 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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