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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에서 변강쇠와 카사노바의 면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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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속의 관능-여체를 탐닉한 피카소(첫 번째)

입체파 운동 등 현대미술 발달에 지대한 공헌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서울옥션은 오늘(29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근현대 작품과 고미술품, 해외 미술 작품 등 186점을 경매한다. 미술품 경매회사가 미술품을 경매하겠다고 하는 데 사실 특이할 게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경매작품 가운데 국내에선 보기 드문 한 작품이 들어가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림 속의 관능>이라는 연재 글을 시작하면서 모티브가 됐던 예술가 몇몇 가운데 하나인 파블로 피카소의 1970년작 드로잉 <앉아있는 나부>가 추정가 1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을 예정인 것이다.

<앉아있는 나부>의 모델은 그와 섹스를 했던 여러 여인 가운데 하나로 추정된다. 일부 평론가는 그가 종종 애용하던 파리 혹은 바르셀로나의 창부였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터키 오스만 제국시대 오달리스크 ( La Grande Odalisque )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3개의 팔과 독특한 입체적 구성으로 피카소 특유의 화법이 묻어있다.

‘방’을 의미하는 터키어 '오다'에서 유래된 '오달리스크'란 터키황제 '술탄'의 잔시중을 들던 후궁 또는 여자 노예들을 말한다. 흔히 할렘의 여자들을 가리킬 때 종종 오달리스크라는 표현을 쓰는데 오달리스크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에 대해선 다음번에 다루기로 하고 이번엔 피카소와 그의 여인들이 창작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보겠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20세기 현대미술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회화, 조각, 석판, 도기 등 거의 모든 미술 장르를 섭렵해 활동했으며 지난 1907년 브라크와 더불어 입체파 운동을 시작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피카소의 예술작품에 대한 진면목 내지는 정확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선 우선 변강쇠와 카사노바에 대해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뜬금없이 변강쇠와 카사노바가 등장하는 데는 피카소가 동서양의 대표적인 섹스어필인 이들과 공통분모로 속해 있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체(女體)’다.

변강쇠는 경남 함양군 휴천면과 마천면 등지에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가다듬어 만든 판소리 변강쇠전의 주인공이다. 실존여부가 파악되지 않아 가상의 인물일 가능성이 높지만, 여하튼 우리나라에서 변강쇠라고 하면 거대한 남근으로 지칠 줄 모르는 성욕을 가진 인물로 일컬어진다.

희대의 색녀 옹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동네 아녀자들과는 거대한 남근과 과도한 성욕으로 도저히 만족감을 채울 수 없었던 안타까운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변강쇠와 마찬가지로 피카소도 ‘유달리’ 발달된 남근과 마르지 않은 샘과 같은 성욕을 억제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우람한 남근과 여기에 걸 맞는 성욕으로 무장한 피카소가 겉으로 드러내놓고 만난 연인들을 잠깐 열거해 보면, 페르낭드, 에바, 올가, 마리 테레즈, 도라 마르, 프랑수아즈 질로, 재클린 등 7명에 달한다. 앞서 강조했듯이 이들은 공식적인 피카소의 여자들로 청년 시절 피카소가 주변의 젊고 싱싱한 수많은 여자들과 삶의 궤적을 같이 그렸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도 없다.

피카소는 그러나 변강쇠처럼 사랑이 없이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여체를 탐익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피카소와 교제했던 여성들 대부분은 그와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처절한 사랑을 나눴다. 실제로 공식적인 여성 7명 가운데 두 여자는 피카소를 잊지 못해 자살했고, 두 여자는 지나친 질투와 그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정신 이상이 됐다. 또 한 여자는 젊은 나이에 요절할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여성을 위해 태어났다고 자각한 나는 언제나 여자를 사랑할 뿐 아니라 그 여성들로부터 사랑받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 카사노바의 애정행각과 교묘하게 맥을 같이하고 있다.

변강쇠처럼 단순 바람둥이가 아닌 로맨티스트라는 점을 강조했던 카사노바(Giovanni Giacomo Casanova)는 172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태어난 실존인물이다. 카사노바는 성직자에서부터 군인, 외교관,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사노바가 희대의 바람둥이로 당당하게 앞 설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가 만났던 여자들에 대한 세세한 내용을 자서전 형태로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그의 기록엔 수녀, 모녀, 자매 등 소위 금기된 섹스 대상까지 포함된 100명이 넘는 여인들과의 사랑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카사노바가 사랑했던 여인들과의 섹스행적을 글로 남겼듯이 피카소도 그의 여자들을 모델로 삼아 적지 않은 그림들을 만들었다. 이런 점도 피카소가 카사노바와 비견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피카소로 돌아가 보자. 20세기 최고의 천재 예술인으로 평가 받는 그는 14세 때부터 정기적으로 섹스를 나누는 여성을 두고 16살에 사춘기 시절에 남자가 알고 있는 여체에 대한 모든 것으로 체험했다.

그는 여성과의 성경험이 늘수록 작품 세계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그에게 있어서 여성의 음부는 창의력이 샘솟는 샘과도 같았다.

사실 피카소의 애정행각은 소년 시절부터 생을 마감할때 까지 지속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파리의 아틀리에에서의 작업을 같이하던 모델들과의 문란한 성생활은 물론, 사창가 매춘부들과도 섹스를 즐기며 창작에 열중했다.

아비뇽의 처녀들

아비뇽의 처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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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은 이렇케 탄생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입체파 그림들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니 파카소의 그림을 본이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아비뇽은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매춘부들의 집단 거주지를 지칭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 ‘청량리 588’, ‘미아리 택사스’, ‘파주 용줏골’ 등과 같은 의미였다. 따라서 당시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매춘부를 연상케 하는 단어인 ‘아비뇽’에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여성의 누드를 그리 탐탁지 않게 봤을 것이란 것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매춘부의 나체 모습은 남성을 유혹하는 여인이 아닌 기괴하고 혐오감까지 주는 비상식적인 그림이었다. 이는 원근감과 명암법에 기초를 두었던 르네상스 미술의 전통을 완전히 부순 최초의 그림이다.

그림 속 5명의 벌거벗은 매춘부들은 인간의 몸이 아닌 원통형이며 원뿔이자 원기둥이고, 얼굴은 평면적이며 기하학적이었다. 이는 대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고 조각을 나눈 뒤 한 화면에 종합하여 배열하는 입체파 특유의 관점을 보여준다.

사실 피카소가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 100여 장이 넘는 소묘를 그리고 무수한 덧칠을 했을 정도로 치밀하게 그렸다. 최초의 습작에선 5명의 나부 외에도 두 사람의 옷을 입는 남자가 등장한다. 한 남자는 뱃사람의 이미지였고, 다른 사람은 두게 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색이 칠해지고 다시 덧칠이 진행되면서 남자들은 사라졌고, 여자들만 남게 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가 유심 있게 봐야할 부분은 크게 3가지다. 빛, 기하학, 그리고 아프리카다. 빛을 통해 파편화 되고 분리 또는 합체된 여인들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빛의 방향에 따라 눈이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몸도 제각각 따로 향해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빛에 따라 여성의 몸을 기하학으로 해부해 그렸다. 가슴은 원뿔이며 몸통은 삼각뿔로 그렸다. 심지어 포도주를 담은 그릇의 형체도 기하학적이다.

마지막으로 오른쪽 여인들이 아프리카 토속 가면을 쓴 것과 같은 느낌을 더욱 크게 자아낸다. 피카소는 평생 아프리카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의 굵은 선과 투박한 면을 강조한 가면을 보고 그의 그림에 반영했다. 아비뇽의 나부 얼굴이 아프리카의 가면을 쓴 듯이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피카소는 여인들의 누드화를 많이 그렸다. 특히 그와 함께 한 여성들은 예외 없이 그림을 그렸다. 다음엔 이번에 담지 못했던 피카소의 여인들이 어떻게 창작에 반영됐는지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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