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간 중국이 두자리수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하자 세계는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의 뒤를 이어 '팍스 시니카(중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전 세계를 휩쓴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우리에게 성큼 다가섰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얼마되지 않아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제2차 '새 챔피언들의 연차총회'(하계 다보스포럼)에서는 팍스 시나카 시대의 예고편을 보는 것 같았다. 당시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재계 인사들이나 전문가들은 세계 이머징 마켓의 강자로 떠오른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발언을 줄줄이 쏟아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예상보다 빨리 둔화되는 경제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이 4조위안(58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자 세계 증시는 일제히 환호했다. 지난 3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때는 중국이 추가 부양책을 발표하지 않을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중국이 경제지표나 성장률 전망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가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됐듯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세계 경제 질서가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 세계 1위 경제대국 야심= 린이푸(林毅夫)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오는 2020년에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향후 20~30년간 고속성장을 달성할 것이며 다른 나라들은 후퇴 기미를 보이는 반면 중국은 전진을 계속할 것"이라며 "구매력으로 평가해보면 2020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이체방크의 마쥔(馬駿) 이코노미스트도 이르면 2020년 초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10년 후에는 세계 경제에서 이머징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머징마켓이 중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영국 노팅엄대학의 야오수제(姚樹潔)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7~8%에 달해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막강한 재력을 가진 블랙홀= 2조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기반으로 중국은 원자재 및 기업 사냥에 나서며 막강 차이나파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은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지난 주 세계는 제너럴모터스(GM)의 허머 브랜드를 중국의 중장비를 제조하는 쓰촨(四川)성 텅중(騰中)중공업이 인수했다는 소식에 떠들썩했다. 포드의 볼보 역시 지리(吉利) 등 중국 자동차 업체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중국의 10대 철강업체인 화링(華菱)그룹은 호주의 3위 철광석 생산업체 포르스쿠메달그룹(FMG)의 지분 16.84%를 확보했으며 중국 3대 철강업체인 우한(武漢)강철은 지난 3월말 캐나다의 광산업체인 컨설리데이티드 톰슨의 지분 19.9%를 인수했다. 비록 무산됐지만 중국알루미늄공사(Chinalco·차이날코)는 세계 3위 광산업체인 리오틴토를 195억달러에 인수하려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중국은 앞으로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 자원과 기업 사냥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행보도 주목된다. CIC는 지난해 약 5%에 가까운 수익율을 올리며 부진했던 다른 주요 국부펀드들을 압도했다. CIC 역시 모건스탠리와 블랙스톤 등에 대한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지난해 현금 보유를 늘리고 해외 투자를 줄이며 이같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CIC는 최근 투자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구조조정과 함께 월가 출신 전문가를 기용하는 등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위한 사전 준비를 마쳤고 지난 4월1일에는 모건스탠리 글로벌 부동산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해외 투자를 재개했다. 이어 러우지웨이(樓繼偉) CIC 회장은 지난 4월18일 보아오포럼에서 유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공격적인 해외 투자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세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중국은 한발자국씩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격상시키기 위한 야심을 드러내며 이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본격 나섰다.

지난 4월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중국은 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 및 남미국가와의 통화스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국제통화스왑 규모는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6개국과 6500억위안(약 953억달러)에 달한다. 일부 무역 파트너 국가들과는 무역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중국 국무원은 중국 국무원은 광둥(廣東)성 주장(珠江)삼각주와 상하이(上海)시 인근 창장(長江)삼각주 및 홍콩특구, 마카오특구 기업들 간의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허용키로 했다. 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들도 중국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및 윈난(雲南)성과의 무역거래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와 브라질과도 양국 화폐로 무역대금 결제를 추진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지난달 HSBC와 동아은행이 홍콩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판다본드)를 발행하는 것을 허용했다. 외국기업이 판다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를 통해 외국기업들은 위안화 자금 조달 루트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같은 조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위안화 수요를 자극하는 한편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의 장광핑(張光平) 부주임이 2020년에는 위안화가 글로벌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을 것이라며 세계 4대 기출통화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송화정 기자 yeekin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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