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전쟁은 인간의 잔혹성을 그대로 투영하며 철학적 논쟁인 성선설(性善說)을 무색하게 만든다. 인간의 집단 광기인 전쟁은 그러나 역사를 통해 미화되고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The winner takes it all)"는 적자생존의 법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음악사에 나타난 전쟁도 그렇다. 작곡가의 정치적인 성향과 애국심 등에 따라 전쟁 음악은 승전가로 울려퍼지거나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부각됐다. 전쟁을 소재로 한 고전음악의 세계를 찾아보자.

 



◆ 베토벤 '웰링턴의 승리'





 악성 베토벤도 전쟁음악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메트로놈을 발명한 멜첼의 의뢰를 받아 영국의 전설적인 장군 웰링턴을 칭송하는 전쟁음악 '웰링턴의 승리(Wellington's Victory)'를 관현악곡으로 작곡했다.



 이 곡의 배경은 워털루전투. 1815년 엘바섬에서 돌아온 나폴레옹 1세가 이끄는 12만여명의 프랑스 군대는 영국과 프로이센 연합군을 맞아 벨기에의 워털루에서 돌아설 수 없는 승부를 겨뤘다. 이 전투에서 패배한 나폴레옹 1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9만여명의 영국군과 12만여명의 프로이센군을 진두지휘한 웰링턴(Arthur Wellesley Wellington) 장군은 프랑스군 4만명의 목숨을 빼았으며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베토벤은 타악기와 금관악기를 적절히 사용해 대포소리와 총소리를 묘사하는 재치로 이 곡을 이끌었고, 프랑스와 영국 국가를 주제로 사용해 마치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청취자 앞에서 실제 전투를 벌이는 것과 같은 음향적인 효과를 일궈냈다.

 

 

◆ 차이코프스키 '1812년 서곡'





 향토적인 러시아의 서정성을 가장 잘 표현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도 승전가를 작곡했다. 1812년 프랑스 나폴레옹이 60만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를 침공했지만 모스크바 함락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주요지역을 불태우고 식량까지 모두 없애는 방어전략을 써서 보급로가 끊어진 프랑스군을 섬멸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전쟁에서 불탄 모스크바 중앙 대사원이 재건된 1882년 이 재건을 기념하기위해 연주회용으로 '1812년 서곡'을 만들었다. 차이코프스키는 단 10일만에 이 곡을 써 세상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그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지휘하고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대성당에서 연주한 1812년 서곡에는 실제 대포와 종이 사용되기도 했다.



카라얀부터 유진 오만디 등 쟁쟁한 지휘자들의 음반이 있지만 텔락에서 나온 쿤젤이 지휘한 신시내티심포니오케스트라의 완전 디지털 녹음 음반이 오디오 테스트용으로 인기가 높다.



 

◆ 바그너 '발퀴레의 기행'



 

 정치적인 성향이 강했던 악극의 창시자 바그너도 대서사시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전쟁에 나서는 전사들을 묘사한 음악을 작곡했다. 발퀴레는 라인의 황금과 지그프리드, 신들의 황혼과 함께 반지 시리즈의 하나로 작곡됐다. 총 14시간30분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인 반지 시리즈는 바이로이트 축제를 통해 매년 연주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발퀴레의 기행(Ride of the Valkyries)은 바그너가 작곡한 발퀴레의 3막 전주곡으로 쓰였다. 날개달린 말을 타고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죽은 전사들의 영혼을 거두는 전쟁의 여신 발퀴레가 하늘을 달리는 모습이 음악으로 표현된 곡이다.



 프란시스 코폴라(Francis Copolla) 감독이 연출한 1979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는 헬리콥터의 융단 폭격 장면에 배경음악으로 '발퀴레의 기행'을 사용했다.

 

 

◆ 요한 스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



 

 신년음악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으로 유명한 '라데츠키 행진곡'은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의 이미지를 잘 묘사하고 있다. 요한 스트라우스(Johann Strauss)가 1840년 작곡한 이 행진곡은 오스트리아의 전쟁 영웅 라데츠키(Radetzky) 장군의 승리를 축하하기위해 작곡했다. 라데츠키는 오스트리아의 영토였던 북부 이탈리아의 독립운동을 진입한 장군. 그는 나폴레옹 전쟁에서는 이탈리아 방면 오스트리아군 사령관으로 프랑스와 싸웠고, 이탈리아 독립전쟁이 터지자 쿠스토자와 노바라 전투에서 연이어 사르데냐군을 격파하는 전공을 세웠다.

 

보수주의자였던 요한 스트라우스는 1848년 메테르니히 전제정치에 반발한 시민혁명 당시 보수파에 가담해 정부군의 사기를 높이기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 경쾌한 작은 북 소리에 맞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행진하는 군대의 모습이 눈에 잡힐 듯 묘사돼 있다.

 



◆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 품귀(?)를 보인 영국의 국민 작곡가는 누가 뭐래도 엘가(Edward Elgar)다. 그는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을 위해 장중한 행진곡을 작곡하기로 마음 먹는다. 엘가는 스스로 나에겐 군인적인 기질이 있고 그래서 2곡의 행진곡을 작곡했으며 부끄럽기보다는 자랑스럽다고 표현하고 있다.

 

위풍당당행진곡(Pomp and Circumstance Marches)은 모두 5곡으로 구성돼 있으면 1번 제1곡을 처음 듣던 에드워드 7세가 감탄해 가사를 붙이도록 한 벤튼의 시 '희망과 영광의 나라'는 독립된 성악곡으로 분류돼 영국에서는 국가처럼 애송되고 있다.



2002년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버킹엄 궁의 정원에서 앤드류 데이비스와 BBC 관현악단이 이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 홀스트의 행성 중 '화성'



 

 영국의 현대 작곡가 구스타프 홀스트는 평소 동양과 점성술 등 신비주의에 대한 관심이 많아 동양적인 음계를 즐겨 사용했다. 그의 대표작은 누가 뭐래도 행성(Planets)이다.

 

행성은 태양계를 둘러싼 행성들을 주제로 작곡된 관현악곡이다. 화성과 금성, 목성, 천왕성, 해왕성의 다섯개 행성의 별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음악적으로 소화했다.

 전쟁의 신 마르스로 상징되는 화성은 전쟁이 주는 긴장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곡에 붙어있는 부제도 그래서 화성, 전쟁을 가져오는 자(Mars, the Bringer of War)다.



실제 이 곡이 작곡된 1914년 초는 전세계가 1차대전을 앞둔 전운에 쌓여 있던 시점이었다. 금관악기를 많이 사용한 이 곡은 그래서인지 몰라도 전쟁을 앞둔 공포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 하이든 교항곡 100번 '군대'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작곡한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이 100번으로 붙인 교향곡은 군대다. 진군하는 군대의 모습을 트렘펫을 통해 빠른 주제로 표현한 이 곡은 전쟁에 나서는 군인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2악장은 군대의 백미로 꼽힌다. 바이올린 주제로 시작하는 2악장에서는 프랑스 민요를 바탕으로 트라이앵글과 심벌, 큰북 등 타악기와 금관악기를 적절히 사용해 마치 군악대의 연주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2악장은 트펌펫을 군대의 나팔신호로 사용한다.

 

 

◆ 슈베르트 '군대행진곡'



 

 군대의 이미지를 가장 밝고 명랑하게 표현한 작곡가는 슈베르트다. 그가 작곡한 군대행진곡은 원래 3곡으로 이뤄진 피아노연탄곡으로 작곡됐고, 제1번 D장조가 알레그로 비바체로 연주돼 일반적으로 군대행진곡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지금은 교향곡으로 편곡돼 연주된다.

 

군대의 북소리나 나팔소리를 표현하는 악상은 씩씩하고 화려한 군대의 행진모습을 행진곡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은 가정용 소품으로도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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