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등급전망과 일본의 외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미국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는 지적이 연이어 나와 주목된다. 미국의 정부 부채가 위험 수위까지 급증, 민간 금융기관에 이어 정부 부문이 다음 위기를 일으킬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을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낸 주인공은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다. 이들은 미국이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영국 등급 하향과 무디스의 일본 외화표시채권 등급 하향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테일러 교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부 부채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말 GDP의 41%를 기록한 정부 부채는 향후 GDP 성장률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의회예산국(CBO)는 향후 10년간 정부 부채가 GDP의 82%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테일러 교수는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경우 5년 안에 부채 규모가 GDP의 10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S&P는 정부 부채가 GDP의 100%를 넘는 국가는 최고 신용등급인 AAA에 부적격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 부채로 인한 리스크는 구조적인 문제이며, 이는 민간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보다 경제 전반에 더 커다란 충격을 준다는 것이 테일러 교수의 판단이다. 세수를 늘리면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중을 줄일 수 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지만 10년 뒤 GDP 대비 부채 비율을 2008년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물가가 두 배 뛰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100%에 달하면 명목 GDP가 두 배 늘어나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100%의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10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매년 10%에 달한다는 것을 뜻한다.



매년 10%의 인플레이션을 감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차치하고, 100%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달러화 가치가 반토막이 나게 된다. 미국인은 1유로에 2.80달러를 지급해야 하고, 일본인은 달러화를 50엔에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 값은 온스 당 2000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이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정부 부채로 인해 얼마나 엄청난 구조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테일러 교수는 강조했다.



페섹 역시 정부 부채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것은 신용평가사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러시아와 같은 디폴트를 선언할 개연성이 극히 제한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현실적이지 않을 법한 일을 이미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페섹은 말했다.



미국의 정부 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수위까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국채 수익률이 치솟자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재정적자를 축소할 것이라며 시장을 진정시키고 나섰지만 아시아 중앙은행이 국채 '덤핑'에 나설 경우 국채와 달러화는 아래로 내리꽂힐 수밖에 없다.



테일러 교수는 미국이 중장기 정책 방향의 수정이 필요하며,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정부 부문의 리스크가 2차 위기를 일으킬 요인이라는 신용평가사의 메시지를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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