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이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당시 보였던 실책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투명하게 드러내 과감한 '수술'을 진행하기보다 정확한 부실 규모와 그에 따른 국민 부담을 덮는 데 급급하다는 것. 일본과 달리 글로벌 경제 침체와 맞물린 위기는 유럽을 더 깊은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인 울프강 문샤우는 2007년 촉발된 금융위기가 일본의 경기 침체에 종종 비유되지만 정작 유사한 점은 위기의 진행 과정이 아니라 정책적인 실수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에서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
최근 독일 현지 언론은 금융위기로 인한 부실 자산 상각 규모가 1조 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그동안 부실 규모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던 독일 정부는 문건 공개에 격노하며, 파장을 진정시키는 데 급급했다.
현지 언론이 공개한 자산 상각 규모는 독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치가 현실화될 경우 독일의 금융시스템은 총체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실 규모와 국민 부담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는 독일 이외에 유럽 각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일본도 그랬다. 일본 정부는 당시 위기의 확산을 막으려고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방안은 구체성과 투명성이 결여돼 있었고, 결국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은행권에 부실 여신을 모두 상각하고, 정부로부터 새로운 자본을 수혈받도록 한 뒤인 2002년에 가서야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심각한 금융위기 상황에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는 목적은 실물경제와 금융 부문 간의 악순환을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유럽의 구제방안은 미국에 비해 매우 불충분하다. 실물 경제를 살리는 효과는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문샤우는 주장했다.
그는 유럽에서 일본의 실패로부터 배우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 뿐이라고 말했다. ECB는 이번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 인하 폭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실물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 정부가 결국에는 올바른 길로 정책 노선을 선회하겠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는 실수를 일본에 이어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90년대 일본이 경기 침체를 맞았을 당시 세계 경제가 탄탄한 성장을 보였던 것과 달리 유럽은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문샤우 최근 유럽이 제시한 정책으로는 10년 이내에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얻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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