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풍부한 외화보유고를 바탕으로 자원외교와 차관외교를 동시에 펼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 아시아공동기금에 6조엔을 선뜻 내놓는 등 아시아권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요사노 가오루(與謝野 馨) 일본 재무·금융상은 금융 위기로 아시아권 국가가 외화 부족에 처해 대외 채무를 갚지 못할 때를 대비해 엔화 기준으로 6조엔 가량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의 위기 대응을 위해 엔화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자청한 것은 일본이 처음. 4일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이 이를 통해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엔화를 국제화하려는 속내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또 아세안+3의 역내 달러화 자금 지원 체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와 관련해 달러화 기준으로 384억달러를 분담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아세안+3은 CMI 기금을 현행의 1.5배인 1200억달러로 늘리는데 합의했으며 이 가운데 아세안이 20%인 240억달러, 나머지는 한·중·일 3국이 1:2:2로 분담키로 한 바 있다. 이에 일본과 중국은 384억달러를 똑같이 분담키로 했으며 이로써 일본의 대아시아 자금 지원은 10조엔 규모로 늘어나게 됐다.

신문에 따르면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각국은 그 동안 외환보유고를 늘려와 현재 상황에서는 같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낮지만 미국과 유럽의 불황으로 수출이 감소해 일부에서는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방적인 차원에서 자금지원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요사노 재무상은 "세계적 불황 가운데서도 아시아는 미래의 성장권으로 촉망받고 있다"며 "현재 경제 위기는 전 세계를 직격하고 있어 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일본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아세안 국가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상대국 통화를 담보로 엔화를 일시적으로 대출해준다는 방침이다. 엔화를 빌린 나라는 일본과의 무역 결제 시 엔화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외에 달러화 등 다른 나라의 통화스와프에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통화스와프 협정을 정식으로 요청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 정부는 아시아 각국이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인 사무라이본드에 대해 일본 국제협력은행을 통해 최대 5000억엔까지 보증해준다는 방침도 표명하는 한편, 아시아의 현지 통화 기준 채권 발행을 촉진하기 위해 그 신용을 보증해 주는 5억달러 규모의 기금 설립에도 합의했다. 이는 활발한 무역에 비해 취약한 금융면에서의 관계를 강화할 목적으로, 일본은 최대 2억달러를 분담할 계획이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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