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강아지도 달러화를 입에 물고 다니는 시대가 온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부사장의 말이다. 미국의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신용 경색이 여전하지만 금융 기능이 정상화되면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각 국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방지하는 데 사활을 건 반면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가 완전히 살아나기도 전에 상품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폭등, 세계 경제를 또 한 차례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컨퍼런스 보드, '더블 딥' 경고 = 미국 컨퍼런스 보드는 W자 형 침체를 의미하는 '더블 딥' 위험을 경고했다.
미국 정부의 공격적인 양적 완화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경우 미국 경제가 내년 2차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컨퍼런스 보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부양책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 완화에 따라 올해 4분기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일시적인 회복 후 다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컨퍼런스 보드는 "미국 경제가 1980년과 1982년 당시와 같은 '더블 딥(W자 형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최근 상품 가격 상승이 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컨퍼런스 보드는 올해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2.6%의 성장률을 기록해 194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침체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 소로스 "신속한 유동성 제거가 관건" = 헤지펀드의 대가인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저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정판에서 침체를 막기 위해 쏟아부은 유동성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성장 회복의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디플레이션으로 치닫는 세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유동성 공급이 불가피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일 때 유동성을 걷어내는 일이라는 얘기다.
그는 "침체를 막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할 때만큼 신속하게 시장에 풀어놓은 과잉 유동성을 제거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갖추는 데 관건"이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시 이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콘 FRB 부의장은 경기 침체가 진정되는 시점에 과잉 유동성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상품에 투자하라 = 투자가들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투자전략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상품 통화'에 투자하거나 금을 매입할 때라는 얘기다.
JP모간은 정부의 경기 부양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호주와 뉴질랜드 달러를 포함해 상품 가격과 상관관계가 높은 통화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상품 펀드 매니저인 마크 존슨은 "세계 경제가 곧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상품 투자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핌코의 마이어 워러 이사는 "올들어 인플레이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물가연동 채권을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부쩍 늘어났다"며 "물가상승률 둔화 혹은 디플레이션 위험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것은 아니지만 각 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단행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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